관리자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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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도 과기기반 혁신모델 나침반 만들었다"
DISTEP 초대 기관장으로 보람 커
대전의 기술 산업 데이터 분석해 발전 방향 제시
"과학으로 잘살고 연구자 보람, 문화 확산 기대"
"과학기술 기반 지역산업발전 나침반이 완성됐다. 큰 흐름과 방향이 만들어지고 실행에 옮겨지고 있으니 지역주도의 성공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고영주 DISTEP(대전과학산업진흥원) 원장의 지난 3년 소회다. 그는 2020년 9월 DISTEP 초대 기관장으로 부임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자 출신의 임명에 과학계, 지자체 모두에서 관심이 높았다. 1973년 대덕연구단지(現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출범한 이후 물과 기름처럼 겉돌던 대덕특구와 대전시(지자체)의 협력 네트워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실제 대덕특구와 지자체 간 협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는 1988년 한국화학연구원에 합류해 연구자, 미래전략본부장,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냈다. 그의 대외 활동은 과학기술 기반의 미래, 지역, 협력, 융합을 주요 키워드로 했다. 2014년 그동안 고민해온 내용을 공식 자리에서 공개하며 큰 공감이 일었다. 자연스럽게 대전시와 대덕특구 상생협의회 위원장, 명예 대전시장 등을 맡기도 했다.
대전시의 발전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영주 DISTEP 원장.
고 원장은 "기술 혁신 트렌드는 이미 융합으로 가고 있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대덕특구내 출연연을 비롯한 국가연구소가 밀집돼 있음에도 기술별, 산업별로, 지역은 지역대로 각자도생하며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면서 "당시 IBS와 대덕넷이 주최한 상상력포럼에서 대덕특구와 지역이 같이 재구조화를 해야한다고 제안했는데 지자체, 특구진흥재단, 부처 모두가 관심을 갖는 시발점이 됐고, 대전시-대덕특구 상생협의회가 만들어지고 대덕특구의 재구조화의 시작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대덕특구를 어떻게 재구조화할지 논의에 들어갔는데 융합 혁신을 위한 공간도 프로그램도 없었다. 과기부, 대전시 내에서 같이 융합연구혁신센터를 만들어 보자는데 안이 모아졌다. 또 지속적인 협력·기획을 위한 전담 싱크탱크, 대덕연구개발특구재창조 기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DISTEP 설립을 위한 기획단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DISTEP이 출범하면서 대덕특구 재창조 계획과 융합연구혁신센터 설립이 본궤도에 올랐다. 대덕특구 재창조를 위한 10년 계획까지 수립했다. 계획은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 주도의 지역성장 모델 공약과 맞물리며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하는 K-켄달스퀘어 기획으로 이어졌다. 출연연과 기업, 대학, 지자체를 잇는 지역성장 모델의 기반이 된 것이다.
고 원장은 "대덕특구 재창조 계획은 2017~2018년부터 시작돼 구체화되고 민선 8기가 들어오면서 이행계획이 확정되어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공간에 이어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킹 융합촉진을 위해 융합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 대덕특구가 지역주도의 지역성장 모델로 큰 프레임이 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 DISTEP, 대전의 기술지도 완성
대전시는 국가연구소 집적지로 자타공인 과학도시이다. 각 분야 출연연이 대덕특구에 위치하며 주요 과학기술 성과들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도시로서 과학기술 기반 산업발전, 지역성장과의 연계에 물음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DISTEP은 출범 후 대전의 과학기술 특허 산업 분석에 들어갔다.
고 원장은 "DISTEP 출범 이후 대전시의 기술지도 분석을 했다. 공동연구, 공동특허가 증가하고 융합특허가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전체 특허의 35%가 융합특허로 나타났다"면서 "산업과의 연관을 분석하니 바이오, 우주, 반도체, 로봇(ICT)으로 확인됐다. 대전시 민선 8기가 선정한 4대 분야 육성이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이 확정되면서 로봇과 국방을 연계해 나노·반도체, 바이오헬스, 우주·항공, 국방 등 4대 산업으로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및 특허를 분석해 완성한 산업 기술지도(바이오산업). DISTEP이 만든 나노·반도체, 바이오헬스, 우주·항공, 국방 등
핵심산업별 기술지도는 대전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4대 핵심전략산업 선정의 근거가 되었다.
그는 이어 "나노·반도체, 바이오헬스, 우주·항공, 국방 중 어느 하나의 분야도 하나의 기술로는 안되고 융합과 복합시스템으로 가는 추세다. 대전시는 산업 밸류체인 중 대형 공장 건설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면서 "대전의 특성은 연구개발 기반 고용효과 창출이 높고, 반도체는 설계와 패키징, 소재, 바이오는 진단과 치료제 개발, 우주는 발사체와 인공위성 등에 특화돼 있었다. 때문에 밸류체인상 강점분야를 선정하고 기업, 대학, 출연연을 그룹화하여 포럼 및 기술교류회를 통해 공동의제를 발굴키로 했다"고 말했다.
대전시 과학기술위원회는 대덕특구 재창조 계획과 지역산업 특성을 분석해 나온 4대 핵심전략산업을 어떻게 육성할지를 담아 지난 4월 ‘대전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5개년)’을 발표했다. 과학도시 대전시의 오랜 숙원을 담은 큰 프레임을 지역이 주도해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계획과 대전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으로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 플랫폼이 작동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 4대 핵심전략산업 포럼 생태계 활성화
DISTEP은 6월말부터 이러한 계획이 실제로 실행 기반이 될 플랫폼, 파이프라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포럼을 마련해 출연연, 대학, 지역기업, 지자체가 자주 보고 논의하며 지역 주도의 기획 생태계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고 원장은 "기존에도 출연연 연구성과를 기술사업화 하겠다는 기획은 많았다. 하지만 출연연은 출연연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하면서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면서 "출연연 기술은 출연금 기술, PBS 기술, 원천기술이 있다. 출연금 기술은 초기단계라 사업화가 어렵고, 대형 원천기술은 사업화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가져갈 통로가 없는 게 사실이다. PBS 공동과제는 기업과 공동연구를 하지만 대전기업은 없더라"고 말했다.
고영주 원장 집무실에는 유니콘 인형 4개가 있다. 대전시의 4대 핵심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딥테크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또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그래서 기획사업을 구상한 것이다. 출연연, 지역기업, 대학이 같이 기획해 반도체, 우주, 바이오, 국방 등 4대 산업 분야의 공동 투자 타깃을 찾고 공동개발해 지역 기업에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출연연은 지역과 지역 기업을 모르고 지역에서는 출연연의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컸다. 기획사업을 통해 자주 보고 논의하면서 실행에 옮기면 기획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원천기술, 융합기술의 실증사업도 중요하다. 원천기술은 시간,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기술로 대덕특구에서는 이를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투자자들의 투자 참여를 늘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특구 딥테크 기업들의 임팩트 있는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원장은 "원천기술을 기업에서 이전받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때문에 대덕특구를 실증 테스트베드로 하고 투자를 받아서 지역기업과 연계해 실증사업화로 이어지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즉 공동기획, 공동개발, 공동실증의 선순환 파이프라인이 대덕특구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전시가 4대 핵심전략산업 육성 종합계획과 선순환 혁신 파이프라인 생태계에 집중하면 지역주도의 신산업 육성 및 새로운 성장 모델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ISTEP은 창업사업 성과도 분석했다. 그동안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보완요소와 지원 분야를 도출했다. 또 4대 핵심전략산업과 연계해 어떤 분야를, 어떻게 해야할지 등 진단,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같은 결과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주력산업, 창업성과 등 데이터를 확보하고 진단하며 투자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 원장은 "대부분 국비 사업을 수주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것이 지역혁신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결과를 진단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대전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투자 선순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면서 "DISTEP이 싱크탱크로서 이같은 평가분석 시스템을 다 마련한 것으로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지자체 중심의 지역산업발전 큰 물줄기가 만들어 졌다. 앞으로 DISTEP이 협력의 허브 역할을 하며 앞으로 진화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과학으로 잘살고, 과학자들이 사명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과학문화가 확산되며 지역주도의 혁신경제모델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