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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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특구 K-켄달스퀘어, 미래 50년을 향한 변화의 시작
김영빈 대전광역시 경제과학국 국장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스퀘어 마일’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의 켄달스퀘어. 약 27만 평 정도 공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제약기업 및 연구소들이 밀집해있다. 이들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하버드 대학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창업보육기관, 벤처캐피탈(VA)·액셀러레이터(AC), 사업지원서비스(법률·회계)기업 등이 서로 활발하게 정보를 교류하고 협업한다. 집적된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시너지를 창출하며 첨단기술을 사업화로 연결하는 역동적인 생태계가 만들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이 일어난다. 몇 년 전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바이오 기업 모더나도 이곳 켄달스퀘어에서 탄생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역사, 대덕특구가 올해로 조성된 지 50주년을 맞았다. 대덕특구에 들어선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국가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끌며 반도체·통신·우주·원자력·선박·로봇 등 각종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들을 만들었다. 50년 전인 1973년 당시 약 400달러였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2021년 35,000달러까지 증가하며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폐쇄적인 환경으로 인해 다른 연구기관,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교류, 소통이 쉽지 않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첨단기술이 있지만, 기업의 성장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았고, 대덕특구에서 시작해 이름을 알린 기업들이 공간 부족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대화로부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출발하는 법이지만, 대덕특구 안에서는 다른 기관의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할 카페, 식당조차도 좀처럼 접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청년인재들에게 고요하고 정적인 대덕특구는 더 이상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다. 50주년을 맞은 지금, 미래 50년을 위해 대덕특구에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6월 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이 발표되었다.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시에 보스턴을 찾았던 대통령이 켄달스퀘어와 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패키지를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히 대덕특구를 ‘출연연과 기업을 연결하는 첨단 R&D 융복합 특구’로 변화시키기 위해 출연연 등의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K-켄달스퀘어’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방안에 담겼다. 첨단기술기업과 금융투자기관, 법률·회계·컨설팅 등 사업지원서비스 기업을 출연연과 밀접하게 위치시켜 활발한 네트워킹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출연연의 R&D 성과를 혁신적 사업화로 연결하고 확산하려는 것이다. 또한 혁신을 만들어낼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주거시설, 카페·식당 등 근린생활시설, 문화공간, 수변공원,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여 일터·삶터·놀이터가 공존하는 직·주·락(Work·Live·Play) 융복합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덕특구에 K-켄달스퀘어가 조성될 지역은 연구단지 종합운동장에서 연구단지 네거리로 이어지는 가정로 일대이다.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과 같은 출연연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화솔루션 연구소,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등이 위치해있다. 융합연구혁신센터·마중물플라자와 같이 앵커 역할을 할 혁신기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대전시의 4대 전략산업(나노·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국방)뿐만 아니라 양자, 수소, 인공지능, 첨단모빌리티 등 국가 12대 전략기술까지 분야도 다양하여 폭넓은 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토지의 이용 효율을 높여 기업공간, 투자·법률·회계·특허 등 기능을 위한 공간을 확충하여 입주를 촉진함으로써 빠르게 시너지를 창출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오송, 송도 등 정부 클러스터 육성방안에 포함된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대덕특구만이 갖는 차별화된 강점이다. 대전시와 과기정통부, 출연연, 기업, 대학이 함께 힘을 모아 협력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클러스터라는 목표도 결코 허황한 것이 아니다.
K-켄달스퀘어 조성은 미래 50년, 100년을 향한 대덕특구의 변화를 알리는 출발점이다. 젊음이 느껴지는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하고, 자본이 유입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의 인재들이 일하기 위해 모여드는 선순환이 자생적으로 이뤄지는 생태계가 형성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성공모델로 하여 대덕특구를 시작으로 대전, 대한민국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다. 대덕특구 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기에 새롭게 뿌릴 ‘K-켄달스퀘어’라는 씨앗이 보스턴 켄달스퀘어를 넘어 세계의 미래를 개척하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