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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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정부의 전략적 합작,
글로벌로 나아가는 전략산업
대전시가 4대 핵심전략산업으로 국방, 바이오헬스, 나노·반도체, 우주·항공 분야를 선정하며 본격적인 산업육성 및 지역기반 혁신성장을 구체화하고 있다. 산업별 기술지도를 바탕으로 중점 추진사업을 진행하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먹거리 신산업을 선도한다는 포부다.
특히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라는 특화된 과학기술 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 역시 상당수 위치하고 있다. 산·학·연·관의 시너지가 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대전시 민선8기가 ‘대전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5개년)’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먼저 대전만의 혁신성장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본 D-Special 코너에선 두 차례에 걸쳐 해외와 국내 혁신산업클러스터 우수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대전시의 성장 지향점을 고민해본다.
◆ 미국 보스턴, 전 세계가 꿈꾸는 바이오헬스 산업 롤모델
글로벌 제약사와 병원, 대학이 모여 있는 보스턴 Kendall Square.[이미지=MIT Technology Review]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날로 관심이 높아지는 분야는 바이오헬스다.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며 질병에 걸리더라도 최첨단 정밀의료, 더 나아가선 개인맞춤형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나 선점효과가 강한 바이오헬스 분야에선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규모가 다르다.
전 세계 바이오헬스 지도를 그린다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나 미국 보스턴이다. 1978년 ‘Biogen’이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자리잡은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2,200여 개가 넘는 생명과학 기업이 보스턴-케임브리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하버드 대학,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보스턴 대학, 터프스 대학 등 세계적 대학교가 위치해 있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을 비롯한 20여 개의 대형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입주기업과 제약사, 병원, 대학, 벤처캐피탈 등 관계자들의 교류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랩센트럴.[이미지=LabCentral]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랩센트럴(LabCentral)’이다. 2014년에 문을 연 랩센트럴에는 다수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다. 연구는 물론이고 고가의 공용 연구장비를 활용할 수 있으며, 입주기업을 비롯해 제약사, 병원, 대학, 벤처캐피탈들과 지속적인 교류 활동이 일어난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다수의 국가 및 도시에서 랩센트럴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가운데 대전은 랩센트럴의 한국형 모델로 ‘바이오창업원’ 설립을 진행한다. 딥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벤처를 집중 육성하며 R&D 기반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포부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민간주도형 클러스터다. 자발적인 생태계 조성과 활발한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성장해왔으며 미국 내 다른 바이오 클러스 대비 연방정부기금 투자액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전 역시 민간주도로 바이오헬스 생태계가 형성되어 왔으며,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해 KAIST와 충남대를 비롯한 대학, 그리고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병원이 함께 협업 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인다.
세계적인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가 모두 민간주도라는 뜻은 아니다. 일본의 고베 바이오메디컬 혁신 클러스터,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 중국 베이징 중관춘생명과학단지 등이 2000년대 초부터 정부주도로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단순 공간, 시설, 장비 등의 물리적 기반 구축을 넘어 바이오헬스 산업 생태계 형성에 필요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우수 연구인력 확보 및 강화, 원활한 자금 조달, 지속적 맞춤형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 대만 신주, 과학단지 육성과 운영의 정석
지난해 7월 반도체분야 시장 새로운 화두가 떠올랐다. 반도체산업의 주요 선도국가 4개가 협력 체제를 구성하는 ‘Chip 4’가 바로 주인공이다. Chip 4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대만으로 구성되며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가장 마지막으로 참여의지를 밝혔다. 이는 4개국이 우수한 반도체 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단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빠르게 성장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강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던 기반인 신주과학단지.[이미지=신주과학단지]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이지만,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국가를 꼽으라고 하면 대만을 지나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대만 반도체의 핵심 클러스터라고 볼 수 있는 지역이 바로 대만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신주(新竹)’다.
신주과학단지는 1976년 과학공업단지 조성 거점으로 선정된 이후 착공에 들어가 1980년 단지 운영이 시작되었다. 위성단지를 포함해 총 6개 단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반도체산업에 가장 특화되어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론 TSMC와 Realtek, Powertech, Novatek 등의 현지기업이 입주해있으며 미국의 DuPont, 영국의 ARM, 일본의 ShinEtsu Handotai 등 외국기업도 다수 입주해 있다.
또한 주변에 국립청화대학, 국립교통대학 등과 같은 대학교를 비롯해 공업기술연구원, 국가실험연구원, 대만반도체연구센터 등의 연구기관들이 위치해 있어 산·학·연 협업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2018년 3월엔 ‘대만신주과학단지산학컨소시엄’을 결성해 산·학·연·관 교류회의, 혁신기술포럼, 산업기술세미나 및 상담회 등을 개최하며 주기적인 정보 및 기술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신주과학단지는 기업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먼저 인력 양성의 경우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및 구직희망자는 ‘과학기술인재교육네트워크’를 통해 첨단기술 강좌(유료·무료)를 수강할 수 있으며, 인근 대학에는 첨단산업 관련 커리큘럼을 개설 시 강좌운영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입주기업이 학술연구기관과 핵심기술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경우 최대 1,000만 신대만 달러를 지급하는 ‘산학협력 연구개발 지원 프로젝트’가 2010년부터 운영 중이며, 2017년부턴 ‘바이오테크 분야 공동연구개발 지원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매년 연구개발성과상, 혁신제품상, 스마트단지혁신응용상 등을 시상하며 기업에 자금을 지원함과 동시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해외기업의 경우 조금은 독특한 부분이 있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의 수직 가치사슬 완성도가 높다 보니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거래선 기업의 입주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공장설립부터 투자심의, 외국인 근로허가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행정절차 상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대전시 역시 대덕연구단지의 기반을 강점으로 핵심전략산업별 국내외 주요 기업 유치 및 협업체계 구성을 이뤄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앞서 소개한 신주과학단지의 운영 및 관리는 ‘신주과학단지관리국’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전담 핵심부서의 역할 역시 강조된다.
◆ 독일 베를린, 우수 과학기술인 대량 실업 위기를 극복하다
유럽 산업의 주요 핵심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소규모 클러스터를 포함해 500개가 넘는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나 통일 이후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구조개선에 들어갔으며, 이에 따라 지역혁신클러스터 정책이 강화됐다. 특히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의 혁신역량과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대표적인 혁신클러스터 중 하나인 바이에른 주 혁신클러스터는 기존 우리가 알고 있는 클러스터와 개념이 조금 다르다. 동일한 지역에 특정 분야 기업과 기관이 집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를 의미한다. 바이에른 주 혁신클러스터는 ‘회원제’로 운영하며 참여를 통해 활동한다. 이때 참여는 바이에른 주뿐만 아니라 독일의 다른 주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참여가 가능해 해외 기업, 대학교, 연구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끼리 지속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킹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클러스터 사무소’라는 운영 주체에 의해 관리된다.
바이에른 주에 속해있는 클러스터 중 뮌헨의 BioM 클러스터는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약 270여 개 생명공학 기업이 위치해 있으며, AMGEN, Roche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에른 주는 회사규모와 관계 없이 연구 및 개발 프로젝트를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뮌헨을 포함해 바이에른 주에 기반을 둔 기업은 바이에른 지원 프로그램 외 연방 독일 및 EU 기금 프로그램에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이러한 추가 인센티브 조건 등이 해외 기업의 입주 및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은 통일에 의한 변화가 가장 뚜렷한 곳 중 하나다. 1990년 통일 직후 동베를린 제조업체들의 파산이 이어졌으며, 예산이 부족해 동독 과학아카데미 소속 5,600명의 과학기술자들이 실업 위기에 놓였다. 이를 해결하고 베를린을 다시 세계적 위치로 올려놓은 사례가 바로 ‘아들러스호프’와 ‘팩토리 베를린’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발생한 기업파산 및 과학기술인 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러스호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첨단기술 복합산업단지로 재탄생하는데 성공했다.[이미지=Adlershof science at work]
아들러스호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통일까지 동독 과학아카데미산하 이공계 9개의 연구소와 기술기반 기업이 입지했던 과학단지다. 소속 연구소와 기업들은 동독 과학 아카데미 R&D 예산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통일 이후 상황이 달라지며 예산이 부족해졌고, 대량 실업위기가 발생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1년 아들러스호프를 사이언스파크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베를린혁신센터(IZBM)’, ‘비스타(WISTA)’, ‘아들러스호프 프로젝트사(APG)’ 등 전담관리 기관을 운영하며 탄탄한 산업기반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기반이 갖춰진 아들러스호프에 민간 투자가 확대가 이어졌고 기업유치와 과학기술센터 건립이 추가적으로 이어지며 첨단기술 복합산업단지로 재도약하는데 성공했다. 2018년 기준 총 직원수는 2만 명을 돌파했으며, 연간 매출액도 23억 유로를 기록했다.
독일 스타트업 창업의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팩토리 베를린.[이미지=Factory Berlin]
팩토리 베를린은 독일 정부와 민간의 합작이라고 볼 수 있다. 팩토리 베를린 자체는 100% 민간 프로젝트지만 이를 독일 정부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며 혁신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EXIST 창업장학금’, ‘High-Tech 창업펀드’, ‘독일재건은행(KFW) 사업자금 특별대출’ 등의 지원프로그램을 이어가며 혁신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했다.
팩토리 베를린 초창기 입주기업은 22개였지만 현재는 200여 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특히 우버, 트위터, 사운드클라우드 등 세계적 IT 기업들도 자리를 잡았으며 지속적인 스타트업 설립이 이뤄지고 있다. 베타하우스, 더플레이스 등 창업자를 위한 공간도 새롭게 문을 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되었고, 이에 따른 전반적 산업경쟁력 확보와 함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의 사례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적 투자와 인력양성 및 창업활성화의 우수사례로 볼 수 있다. 대전 역시 우수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진영 외. (2022). 주요 국가별 정부주도형 바이오클러스터 현황 및 시사점. 보건산업브리프 Vol.369.
권평오. (2019). 해외 혁신클러스터 현황 및 투자유치 성공사례. KOTRA 자료 19-047.
이정선 외. (2019). 해외 지역혁신 성공사례와 시사점. Global Market Report 19-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