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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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혁신인재가 모이는 대전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꿈꾸며
한재흥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
대전은 우리나라 우주 개발이 시작된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1호는 KAIST 학생연구원들이 영국 서레이대학에 파견되어 개발한 위성으로 1992년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이들은 귀국 후에도 자체 인공위성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우리별3호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훗날 이 핵심 인력들이 창업한 기업이 우리나라 위성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우주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쎄트렉아이다. KAIST에선 인공위성연구소가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25일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2호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으며, 현재 초기 운용 모드 역시 마무리 단계 들어가며 모든 임무를 계획대로 수행 중에 있다. 특히 이 위성은 모든 탑재 부품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ITAR(국제 무기 거래 규정) 등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었다. 또한 위성의 주 임무탑재체는 영상레이더(SAR; Synthetic Apertuare Radar)인데, 위성안테나에서 전파를 발신하고 지구 표면에 반사되어오는 전파를 신호처리하여 구름이 낀 경우 또는 야간에도 필요한 영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세대소형위성2호에 탑재된 영상레이더는 모든 부품과 신호 처리 기술을 KAIST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국내 개발 위성용 영상레이더1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림 차세대소형위성2호 및 관제실 모습]
또한 대전에는 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천문연구원(KASI),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다양한 우주개발연구기관들이 자리잡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우주 관련 연구는 기본적으로 대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몇몇 최근의 성과를 살펴보기로 하자. 약 1.5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3번의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민간에 기술이전을 준비 중이다. 2022년 8월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도 자랑스런 성과이다. 달의 물과 얼음을 탐지하는 데 쓰일 NASA의 특수 카메라를 비롯해 고해상도 카메라, 자원 탐사 장비, 적외선과 암석 측정 장치 등 6개의 탑재체를 싣고 현재 달 표면 100km 상공을 대략 하루 12바퀴씩 돌면서 본격적인 달탐사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렇듯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는 매우 짧으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 우주 강대국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우주 관련 주요국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우주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한다(참고로 지금 대전역 역사에는 KARI에서 제공하는 누리호, 다누리, 아리랑 위성 등 8종이 ‘과학기술 특별전시전’의 일환으로 10월 22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또 심심치 않게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고 얘기하며, 우리나라도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는 국민적 지지가 느껴진다.
뉴스페이스는 정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우주개발이 민간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말이다. 민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사업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은 반도체, 기계, 화학, IT 등 다양한 전·후방 연계산업의 고도화 및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국가 지속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전략산업이다. 우주 산업은 당장 수익은 보이지 않는다 해도, 향후 큰 잠재력의 사업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우주개발의 시대, 개발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해야할 일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중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우주 산업에서 우수한 인재의 중요성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체계화하여야 하는 우주 분야는 첨단 과학, 공학을 잘 이해하면서도 협력 능력이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 긴 개발 주기와 높은 위험 요소가 있는 우주 프로젝트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과 인내심도 필수적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으로서 여러 기업의 경영진들과 우리나라 우주개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많은데, 기업의 애로사항 1순위가 바로 인력 문제라고 한다. 당장 잘 교육된 공학자들의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타 분야 인재를 우주산업에 투입하려 하지만 “극한의 신뢰성”을 추구하는 우주개발 특유의 문화에 잘 적응하기 쉽지 않다. 기업에서 당장 필요한 인재들에 대한 단기 교육에서부터 관련 전공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심도있는 교육 모두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대전 우주산업클러스터 사업으로 총 973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예산 확보는 대전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우주분야에서 대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의 예산 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주기술 혁신 인재 양성센터 구축사업이다. 대전을 중심으로 핵심 연구기관의 연구역량 연계·결집 및 우주 인재양성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오픈 플랫폼으로서 인재 양성센터를 신규로 개설할 예정이다. 우주기술 혁신 인재양성센터는 우주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임무중심형 인재양성 기반 구축 및 운용을 통하여 “대한민국 우주강국 도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성관제, 우주탑재체, 큐브위성실습, 우주컴포넌트 메이커허브, 위성자세제어, 발사체 유도제어, 우주추진, 우주 광학, 열구조, 거대구조 등 다양한 임무중심실습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실습 기자재 개발 등에 해외 선진 교육기관과 교육 실습 내용에 대해 협력할 예정이다. 관련 분야 학생들뿐 아니라, 우주 산업체의 신입사원 공동교육 및 수요기반 맞춤형 전문교육, 절충교역을 위한 해외 신흥 우주국 대상 교육 등 총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교육 프로그램 운용은 대전 시내 우주 관련 전문연구기관들의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여 개발된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세계의 주요 우주산업 클러스터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곳에 인재를 공급하는 주요 대학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배출되는 곳에 기업이 모일 것이다. 우주기술 혁신 인재양성센터가 대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길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우주 분야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우주기술 혁신 인재양성센터 사업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