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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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만의 산업 색깔을 찾다···
혁신성장의 새심장 ‘혁신산업클러스터’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2022년 0.78명이라는 유래 없는 출산율을 기록했다. 단순하게 많은 수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분석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총인구는 5,019만명으로 비슷하여도 고령인구가 두 배가량 늘어난 1,724만명을 기록하며, 2070년에는 총인구가 3,766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980년의 총인구보다 적은 수치다.
우리나라 인구감소 형태에서 함께 발생하는 문제는 ‘지역소멸’이다. 지나치게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인프라로 인해 지방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이탈 및 감소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함께 진행될 경우 산업경쟁력 역시 약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흐름 속 각 지자체들이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산업육성을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지만 뚜렷한 성공의 이미지를 남긴 곳은 소수다. 산업 트렌드에만 치중해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대전 역시 여러 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대전에 최적화된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번 D-Special 코너에선 지난호 해외 혁신산업클러스터 우수사례에 이어 국내 혁신산업클러스터의 우수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대전의 혁신성장 모델의 그림을 함께 그려본다.
◆ 혁신산업클러스터 트렌드는 ‘도심형’···소외되는 지방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도’의 혁신산업클러스터가 주를 이뤘다. 대표적으로 중앙정부을 중심으로 구축된 각 연구개발특구 및 강소특구,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식품클러스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국가혁신클러스터, AI 클러스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클러스터 형성이 이뤄지며 성과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형태였다. 하지만 운영에 있어 국가재정에 의존하다 보니 자생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표적 혁신클러스터로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서울 디지털산업단지(G-밸리), 마곡 첨단산업단지, 판교 테크노밸리, 광교 테크노밸리,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등이 있다. 이들은 클러스터 형성이 비교적 조기에 이루어졌으며, 자생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해외의 도심형 혁신클러스터의 형태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가능성도 높다고 전망된다.
이러한 성공 배경에서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신도시 개발이라는 도시개발 사업이 함께 진행됐다는 점이다. 물론 도시개발 사업이 함께 진행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1기 신도시 중 베드타운화가 나타난 곳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산업 유치를 염두한 신도시 개발 계획 수립이 이뤄졌다.
또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판교의 경우 용지분약 수익을 ‘판교 테크노밸리 특별회계’로 조성하여 판교 테크노밸리 내 활성화 프로그램에 재투자 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의 혁신클러스터에 비해 유연한 택지개발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유기적인 성장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도심 외곽에 R&D 파크형 연구단지가 형성되었지만 현재는 도심형 혁신클러스터 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첨단기술이 발달하며 밀도와 근접성이 높은 도심이 디지털 혁신과 스타트업 창업에 더욱 알맞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젊은 세대의 경우 문화, 예술, 인적 네트워크, 편의시설 등의 여부를 정주여건의 중요한 요인으로 포함시키고 있어 도심형 혁신클러스터가 더욱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도심형 혁신클러스터의 경우 수도권과 일부 광역자치단체에만 해당된다. 지방도시의 경우 ‘도심’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가운데 특화산업에 집중하며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지방도시들이 있다.
◆ 거창군, 무에서 유를 창조한 승강기산업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남 거창군이다. 인구 6만여 명에 불과한 작은도시는 ‘승강기산업’의 핵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승강기 관련 연구기관은 물론 대학과 고등학교가 연계되어 있고, 관련 기업 역시 2022년 기준 37개 기업이 위치해 있다.
본래 거창은 승강기산업과는 연관이 없었다. 2008년 거창 내 기능대학의 폐교가 결정된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과 거창군청이 폐교를 막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승강기산업이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2010년 승강기 대학이 개교했고, 거창군의 전폭적 지원에 전국 승강기 관련 기업들이 거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안전기술원이 설립되며 하나의 산업클러스터로서 본격적인 형태를 갖추게 됐다. 학교와 연구기관, 기업 등 관련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전략적 산업클러스터의 우수사례다.
그림. 거창의 새로운 대표산업으로 자리잡은 승강기산업[사진=승강기안전기술원]
승강기 관련 R&D부터 제조, 시험, 평가 등의 일련의 과정이 한 도시안에서 이뤄지는 산업사이클이 마련됐다. 또한 전문적인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대학과 고등학교도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주여건 역시 지속적인 거창군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거창군은 인구감소율 2.7%를 기록했다. 인근 군 단위 지역들이 6~11%의 인구감소율을 보이는 것과 대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현재 국내 승강기 시장 규모는 4조원,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40조원이다. 2021년 기준 25년 사용된 노후 승강기들이 4만 3,600여 대에 이르고, 관련 안전사고도 증가함에 따라 안전한 승강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승강기안전기술원은 ‘스마트승강기실증플랫폼 구축사업’을 통해 승강기산업 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거창군 역시 승강기 기업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유치활동에 나서고 있다. 기업부지 및 자금지원에 있어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기업과 지속적인 소통 및 정보공유를 통해 하나의 지역산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안동시, 50년간 멈춰있던 대마산업 재시동
기존 우리나라에서 제한되었던 산업을 특화시킨 곳도 있다. 바로 경상북도 안동시다. 안동시는 중소기업벤처부의 ‘규제자유특구’ 중 제3차 규제자유특구(2020년 7월)로 지정되었다. 특정 신사업 관련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하는 규제자유특구는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빠른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촉진한다.
안동시가 새롭게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산업은 헴프(HEMP), 즉 대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 대마를 재배해왔다. 그러나 1972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대마 재배가 금지되었다. 해외에선 대마가 합법 마약뿐만 아니라 의료용 소재로도 활발하게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서도 일부 목소리가 있었지만, 엄격하게 금지되어 왔다.
즉 경상북도와 안동시의 헴프규제자유특구는 다른 여타 산업들과 달리 그동안 우리나라가 50년간 멈춰있었던 산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다른작물들처럼 대마 역시 재배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경에 따른 재배지 선정부터 최적의 재배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림. 안동에서 수경재배 방식으로 50년만에 국내에서 첫 수확이 이뤄진 대마
수경재배 방식을 통해 지난 2021년 합법적 첫 대마 수확이 이뤄졌다. 50년만의 수확이었으며, 수경재배 방식으로 연간 5번까지 재배 및 수확이 가능한 점도 확인했다.
이렇게 수확된 대마에선 진통작용이 있는 칸나비디올(CBD)과 환각작용이 있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추출할 수 있다. CBD의 경우 함량이 20% 이상일 경우 의료용 재료로서 많이 활용되며, 대표적으로 뇌전증(간질)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희소성으로 인해 그램(g)당 가격은 4~5만원에 이른다.
*THC 함량이 0.3%를 넘을 경우 마약으로 간주되며, 0.3% 미만인 대마를 ‘헴프(HEMP)’라고 지칭한다.
글로벌 대마산업 시장은 매년 22% 이상 증가하며 2024년엔 444억달러, 우리돈 약 58조 8,4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마 생산량은 세계 4위 수준이며 미래신산업으로써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헴프규제자유특구에는 2024년 7월까지 총 387억 8,500만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헴프 재배와 관리를 위한 스마트팜 구축을 확대하고 원료의약품으로서 실증화를 통해 제조 및 수출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스마트팜 재배단지와 헴프산업화실증지원센터 등의 기반 시설 구축도 완료된 상황이다.
2022년 기준 총 35개 기업과 기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선 대마 관련 학과도 신설되며 인력양성 측면에서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바이오산업 및 백신클러스터와 전략적 연계를 이어가고, 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마산업의 불을 지펴나갈 계획이다.
◆ 바이오·우주·국방 등 대전만의 색깔로 그리는 산업
대전시는 그동안 ‘과학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선 특색이 부족했다. 이 역시도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주요 도시들에게 밀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비단 대전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산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지역의 특성보단 산업의 유행에 편승해 지나친 경쟁구도가 일어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면밀한 지역 산업 특성 및 현황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하며, 그에 맞는 최적의 전략이 도출되어야 한다. 대전시는 최근 민선8기를 중심으로 핵심산업들에 집중적 투자와 전략수립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강점으로 꼽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KAIST 등 대전만의 우수 연구인프라의 색깔을 녹여낼 필요가 있으며, 지역 및 클러스터 간 연계를 강화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대전시는 지난 2019년 11월 인체유래물 은행과 체외 진단기기 등 바이오 산업 2개 분야에 대해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되었다.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바이오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작용한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발빠른 대처로 전 세계에 대전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림. 4대 핵심전략산업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2개 축으로 지역혁신을 계획하고 있는 대전시
또한 다누리와 누리호 등 우주산업의 굵직한 성과들이 이어진 가운데 대전시는 지난해 12월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선정된데 이어, 지난 8월 23일 국비증액과 예타면제가 확정되며 우주산업에서 본격적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해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어갈 민간기업이 수도권에 이어 다수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유성구 안산동 일원에는 대전 국방산업의 핵심 중추가 될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이전으로 대전 국방산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선산단은 기업들의 산업용지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대전의 국방 연구역량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드론특구’라 불리는 국토교통부의 ‘제2차 드론특별자유화구역’에 선정되며 드론산업에서도 대전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전국 드론기업의 30% 이상이 대전에 밀집해 있어 기술개발 및 실증화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대전드론공원’ 개장 등을 통해 산업친밀도 역시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4대 핵심전략산업의 주요 산업단지들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원도심쪽에선 전통적인 금속가공 산업과 뿌리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균형 발전이 탄력을 받을 계획이다. 특히 지난 3월 대전역을 중심으로 UAM(도심항공교통) 미래형 환승센터 설립이 확정됨에 따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 발전과 함께 지역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덕순 외. (2022). 우리나라 혁신클러스터의 주요 특징과 정책 과제. STEPI Insight VOL.303.
길애경. (2022년 10월 30일). 군청 뛰고 기업·연구원·대학 찾고 '거창 승강기클러스터'. 헬로디디.
길애경. (2022년 10월 31일). 감사원 감사도 기꺼이? 지역소멸 투혼 '거창 공무원들'. 헬로디디.
길애경. (2022년 11월 17일). 한해 수확만 5번? 안동, 지역생태계 승부수 '대마산업'. 헬로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