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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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도시에 과학이 넘치다···
호기심과 가능성의 ‘과학축제’
대전 대표 과학문화 행사인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0년을 시작으로 매년 과학체험과 과학 관련 문화예술 행사,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개최된 2022 제25회 사이언스페스티벌은 나흘 간 총 3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역대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 비슷한 유형의 행사가 아니라 대전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대표 브랜드 행사로서 이미지를 더욱 견고히 한 것이다.
과학축제는 과학 대중화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행사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과학문화를 조성함과 동시에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역에선 특색에 맞는 과학축제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이번 D-Special에선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을 비롯해 국내외 대표적 과학축제의 현황을 살펴본다.
◆ 세계 최초의 과학축제···에든버러에서 뻗어나가는 과학
세계 최초의 과학축제인 '에든버러 과학축제(Edinburgh Science Festival)'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말 제정난을 겪게 된 에든버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시의회는 사용하지 않는 건물과 부지를 축제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에든버러가 '유럽의 문화 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를 선언한 이후 시의회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문화는 '과학'이었다. 1989년 4월 과학축제를 처음 개최함으로써 과학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이 과학열풍은 금세 영국을 거쳐 유럽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유럽과학이벤트협회(European Science Events Association)'*가 설립되는데 기여했다. 또한 바다 건너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며 '과학축제연합(Science Festival Aliance)'가 설립되기도 했다.
*유럽과학이벤트협회는 2017년 '유럽과학참여협회(European Science Engagement Association, EUSEA)'로 명칭을 변경했다.
2019 에든버러 과학축제 당시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설치된 조형물 ‘지평선(Horizon)’.[사진=헬로디디]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에든버러 과학축제가 열리는 2주간의 부활절 휴가 기간 동안 도시 곳곳에서 과학을 만나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에든버러 시티아트센터, 에든버러 왕립식물원 등 주요 랜드마크 및 시설에선 평소와 달리 과학 전시 및 체험이 이뤄진다. 이렇게 구성되는 과학 이벤트가 270여 개가 넘는다.
프로그램 구성 역시 다양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강연의 경우 과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강연부터 전문강연, 그리고 토크쇼 등이 함께 기획되어 운영된다.
에든버러 과학축제가 현재까지도 가장 대표적인 과학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기획력이다.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다른 축제 및 전시회와 마찬가지로 매년 핵심이 되는 슬로건을 발표한다. 'Let’s Experiment'(2023), 'Elementary'(2020), 'Frontiers'(2019),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2018) 등이 최근 행사의 슬로건이다. 그리고 이러한 슬로건은 행사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사전기획을 통해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과학축제다.[사진=헬로디디]
각각의 프로그램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에 이르기까지 사전기획이 이뤄진다. 매년 행사의 슬로건과 테마의 맞는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거나, 또는 리뉴얼하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이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으며, 기존 방문객들도 매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방문율이 높아진다. 매년 20만명에 이르는 방문객이 에든버러 과학축제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과학축제들의 슬로건은 단어 및 문장 수준으로만 나타나고 실제 프로그램에선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참여 프로그램 역시 매번 비슷하게 구성된다. 대전은 과학도시로서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의 인프라가 우수하게 갖춰져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과학축제로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청소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미국
미국의 대표 과학축제인 ‘미국 과학기술 페스티벌(USA Science&Engineering Festival)’.
STEM 중심의 프로그램 구성으로 학생들의 과학적 흥미를 자극한다.[사진=USA Science&Engineering Festival]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축제로는 '미국 과학기술 페스티벌(USA Science&Engineering Festival)', '캠브리지 과학 페스티벌(Cambridge Science Festival)', '애틀랜타 과학 페스티벌(Atlanta Science Festival)' 등이 있다. 해당 축제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이 중심이 되는 'STEM' 교육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미국 과학기술 페스티벌은 STEM에 대한 청소년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과 강연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학생도 포함되며, 이들을 교육하는 교육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함께 구성된다는 점에서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2007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캠브리지 과학 페스티벌은 STEM에 예술(Art)이 더해진 STEAM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특히 어린이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최첨단 주제 선정은 물론 실제 과학자, 예술가 등의 전문가를 실시간으로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강연과 쇼케이스 행사가 마련되어 인기가 높다. 매년 10만명 이상의 어린이와 학생, 성인 참가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다양한 참여형 과학 이벤트 구성을 통해 어린아이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심어주는 '애틀랜타 과학 페스티벌(Atlanta Science Festival)'.
[사진=Atlanta Science Festival]
비교적 최근인 2014년부터 시작된 애틀랜타 과학 페스티벌의 경우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100여 개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디스커버리 워크(Discovery Walk), 지오캐싱 어드벤쳐(Geocaching Adventure), 슈퍼히어로 사이언스데이(Super Hero Science day), 지속가능한 레고도시 짓기(Build a Sustainable Lego City!) 등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미션, 체험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만족도가 높다.
공통적으로 어린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경우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포인트로 작용한다. 강의자료 화면을 보는 단순한 강연프로그램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서 강연자와 소통하고 질문을 하며, 체험 프로그램 역시 단순 반복형 체험이나 정해진 키트를 조립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도전의식을 이끌어내는 체험들이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선 공간의 활용 역시 중요하다. 단순한 강연장을 넘어 미디어, 자연환경, 유동인구 등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더욱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 과학도시 대전의 대표 브랜드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은 과학도시 대전을 대표하는 과학축제 행사다. 2000년 제1회 사이언스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25회*가 개최되었다.
*2009년과 2010년엔 2회씩 개최되었다.
23년간 다양한 시도와 변화도 있었다. 1회(2000)부터 8회(2007)까진 유료입장으로 운영했으며 1~7회는 10~11일 동안 행사가 진행됐다. 각종 연계행사 및 초청참가자를 포함해 20~30만명이 방문하며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8회부터 3~5일로 행사기간이 줄었으며, 11회(2009)때 10일 행사로 진행됐다.
행사의 이름 역시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로 시작해 6회(2005)때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대한민국과학축전과 공동으로 개최되어 '2005 대한민국과학축전'이 공식명칭이 되었다. 9회(2008)부터 12회(2010)까지 네 번의 행사에선 '꿈돌이사이언스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으며, 13회(2010)부터 다시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의 이름을 이어오고 있다.
2022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은 역대 최다인파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사진=대전시]
프로그램 역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대전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공공연구기관, 대학, 기업연구소 등이 집적되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연구를 보고 들으며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프로그램은 분류에 따라 최소 50여 개, 최대 352개 프로그램이 운영된 기록이 있다. 단순 전시 등을 포함해 숫자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어, 대전시는 이를 쌍방향 참여형 행사로서 업그레이드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엑스포과학공원과 대전컨벤션센터(DCC), 한밭수목원 일대를 포함해 대덕연구개발특구, 원도심 일원을 함께 연계하는 행사 기획을 통해 참가자들이 과학도시 대전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2022 대전 사이언스페시트벌은 총 4일 동안 30만명이 넘는 참가자가 다녀가며 역대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 특히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념하는 우주·항공 전시관을 비롯해 로봇, 방위산업, 나노·반도체, 바이오 등 대전 주요산업 전시관이 마련됐다. 또한 체험부스 및 전시관뿐만 아니라 드론 라이팅쇼, 열기구 체험, 라이브 뮤직페스티벌, 한빛야시장, 가을 별축제 등 다양한 과학문화행사가 운영되며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한 행사로 운영되었다.
오는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되는 제26회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은 더욱 특별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출범 50주년을 맞았으며, 대전 엑스포도 개최 30주년을 맞는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 행사임과 동시에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출범 50주년을 기념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시 및 체험부스가 운영될 예정이며, 대전의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주목받는 4대 핵심전략산업의 기업 전시도 이어진다. 특히 엑스포시민광장과 DCC뿐만 아니라 출연연 주말개방, 4대 핵심전략산업 통합포럼 등이 함께 진행되며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오는 10월 20~21일 진행되는 2023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사진=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 홈페이지]
과학문화행사 역시 다양하게 마련된다. 과학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DSF 오픈시네마’, 거리에서 만나는 ‘사이언스 거리 예술가&버스킹’, 한밭수목원 곳곳에서 진행되는 ‘사이언스 보물찾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세계과학문화포럼, 대전영재페스티벌, 대전수학축전, 대덕특구 50주년 기념전, X-STEM, 아티언스캠프, 대전특수영상영화제, 사이언스 EDM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연계되며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대중의 문화트렌드 역시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점에서 과학축제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은 지난 2000년부터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어느덧 대전의 대표적인 과학축제 행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축제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시점이다. 과학기술분야에 있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변모했듯 말이다. 우수사례를 벤치마킹만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동시에 국내외 다른 과학축제에 새로운 귀감이 될 수 있는 과학축제로서 이번 2023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을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노성찬. (2022). 글로벌 과학축제 동향 분석. KOFAC FOCUS. 한국과학창의재단.
박예은·임보영. (2021). 해외 과학 축제 및 컨퍼런스 현황. KOFAC FOCUS. 한국과학창의재단.
김요셉. (2020년 4월 20일). 한국 과학축제와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가장 큰 차이?. 헬로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