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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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미래기술과 대덕 연구단지
송 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 활용 폐플라스틱 고부가가치 기초원료화 사업단 단장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쓰고 버리는 폐플라스틱의 처리과정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 가운데 상당수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들 나라에서는 폐플라스틱을 값싼 연료로 사용했었고, 덕분에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고민을 잠시나마 덜 수 있었다. 그러나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규제에 관한 국제 협약, 대기오염 문제 등의 이유로 이 국가들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갑자기 중단하자 우리나라 항구 및 야적장에 폐플라스틱이 쌓이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더구나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배달 음식물 포장에 사용된 폐플라스틱 양이 급격히 늘어나자 폐플라스틱 처리는 국가 주요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까지 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 우리나라는 다량의 폐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그 방법이란 바로 시멘트 공장으로 폐플라스틱을 보내어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시멘트 업계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사용해 온 석탄에 비해 폐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연료이기 때문에 폐플라스틱이란 나름 친환경적인 연료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시멘트 업계는 향후 폐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1) 그러나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 저감기술은 아직 충분히 만족할 만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폐플라스틱을 시멘트 공장의 연료로 사용하는 문제는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1)현재 시멘트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폐플라스틱 총배출량의 20%를 시멘트 생산 공정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총배출량의 50%를 시멘트 업계가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그동안 폐플라스틱을 처리해 온 폐기물사업자들의 물량이 줄어들어 매출 및 지원금이 감소하며 경영 악화는 물론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대규모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기술의 사업성도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폐플라스틱과 관련된 주요 이슈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의 확대이다. 그동안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물리적 재활용과 앞서 소개된 시멘트 공장의 사례와 같이 연료로 활용하는 열적 재활용이 주된 방법이었다. 그러나 물리적 재활용을 거듭할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며, 열적 재활용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화학회사인 독일의 바스프(BASF)에서는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해 액상의 연료로 만들고, 이를 나프타(Naphtha) 공정에 투입해서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정을 상용화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즉,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되돌려놓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된 것이다. 이 밖에도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해중합 반응기술, 초임계수를 활용하는 기술, 고온 플라즈마를 활용하는 기술 등이 개발 중에 있다. 이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재활용 과정이 순환됨으로서 자원이 순환되고 폐플라스틱의 발생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데 있다. 이와 같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2024년도 1월부터 순환경제사회 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술개발이 촉진되고 사업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2)
2)우리나라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율은 통계 수치로도 나타내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전단계인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율은 2020년도에 0.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6년까지 열분해 처리율을 10%까지 높이는 정책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을 꼽으라면 당연히 대전이다. 대전의 연구단지에는 여러 정부출연연구소 및 세계 최고 수준의 정유·화학 기업의 연구소들이 다수 몰려있다. 정부출연연구소들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기초 및 응용단계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업 연구소에서는 상용화 단계에 가까이 도달한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수행되고 있다. 필자가 단장을 맡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사업단에서는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단계의 연구개발이 한 지역에서 수행되고 있는 지역적 이점을 살리면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업단에서는 수시로 열리는 각종 회의에 연구단지 내의 기업 연구소 연구자들을 참여시켜 사업단이 개발하는 기초 및 응용연구에 조언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단이 개발하는 기초나 응용단계의 연구가 실제 사업 현장과 멀어지는 일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사업단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설치될 파일럿 실험장치의 운용에 연구단지 내의 기업 연구원들을 참여시키는 개방실험실(Open Lab)을 운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에게는 낯선 고온 플라즈마 설비를 기업 연구원들이 직접 운용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개방실험실의 운용을 통해 우리 기업이 향후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있어 플라즈마 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라즈마를 활용한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상용화 및 해당 기술의 확대 적용에 있어 기업의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의 시민단체들이다. 90년대 중반 환경부가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폐플라스틱을 비롯한 폐기물 정책을 실제로 실행해 온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였다. 이에 따라 대전시 경우도 지역의 관련 기관 및 단체를 중심으로 폐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들은 그동안 폐플라스틱과 관련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 온 바 있다. 한편, 플라즈마를 활용한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종래의 폐플라스틱 처리기술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해당 공정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면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원료를 생산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재활용 폐플라스틱을 선별 및 분리하는 과정이 지금보다는 덜 엄격하다. 즉, 여러 종류의 폐플라스틱이 섞여 있어도 처리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의는 물론 관련 규정의 변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폐플라스틱 관련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새로운 기술의 활용이 우리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