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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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 패권의 중심 ‘반도체’
대전에서 새로운 신화 쓴다
[인터뷰]대전광역시 반도체산업팀
KAIST, 충남대, 한밭대, 우송대 등 인재양성 국가공모사업 선정
국방, 우주, 바이오헬스 등 첨단산업 연계 활성화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에는 다양한 산업의 발전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21세기 초반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며 선진국 반열의 문을 두드린 산업이 바로 반도체산업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대표산업을 꼽으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최근 반도체산업 패권 이슈는 낯설기만 하다.
물론 아직 메모리반도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재 가장 화두가 되는 시스템반도체에선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국내 주요 반도체 대기업들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대전도 새로운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D-Special에선 대전광역시 반도체산업팀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위해선 인재양성 必
“여느 사업이건 우수한 인재들은 수도권을 희망하고, 또 실제로 향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재들이 떠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인재양성은 꼭 필요합니다. 대전,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에 인재는 없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자원입니다.”
대전시 반도체산업의 핵심 전략은 인프라 구축과 기업육성, 인력양성, R&D 지원이다. 4개 분야에서 총 17개 사업이 1,484억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김진수 반도체산업팀장은 그중에서도 인프라 구축과 인력양성을 가장 핵심으로 꼽았다. 4대 핵심전략산업 중 바이오헬스와 우주·항공, 국방산업은 이전부터 대전시에서 양성을 해온 분야였지만, 반도체산업은 이번 민선 8기에서 본격적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시의 관점에서 현재 지원기반이 가장 약한 상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진수 반도체산업팀장은 대전이 반도체산업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대전에는 우수한 기술기반의 반도체 관련기업이 400여 개가 존재한다. 기업육성과 R&D 지원은 기본틀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인프라와 인력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인재양성과 관련한 국가공모사업 8개의 사업대상자로 대전 소재의 대학교가 선정됐다. KAIST는 반도체공학대학원,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 양자대학원을 설립 및 운영하며, 충남대학교가 충청권의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와 반도체특성화대학을 담당한다. 또한 한밭대학교가 반도체 특성화대학과 조기취업계약학과, 우송대학교가 반도체인재양성 부트캠프에 각각 선정됐다. 이는 연간 1,300여 명의 반도체산업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최고 수준의 연구인력, 핵심 산업인력, 실무인력 등 각각의 포지션별 인재가 양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팀장은 “인재를 양성해도 수도권으로 떠나갈 것으로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고, 실제로 떠나고 있는 것도 맞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인재는 육성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이들이 단순히 대전의 발전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을 지탱할 기둥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핵심인력들이 대전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그는 “조기취업계약학과를 비롯해 기업과 학생들의 접점을 보다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대전에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많은 특성상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다. 비자나 주거 등 이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우며 대전에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전략인 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클린룸’이다. 반도체는 공정과정상 온도와 습도, 먼지 등에 매우 민감하다. 때문에 이러한 방해요소들을 제거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클린룸이 필수적인 인프라로 꼽힌다.
최은석 주무관은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애로사항 해결과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은석 주무관은 “반도체기업들에게 있어 클린룸의 존재유무와 시설수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클린룸을 제대로 된 수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 갖추기 위해선 상당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는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교촌동 일대에 들어서는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핵심시설 중 하나가 클린룸인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수한 클린룸을 구축함과 동시에 이를 산·학·연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체계 및 사업을 마련함으로써 시설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 “반도체산업 발전 뒤엔 항상 대전이 있을 것”
반도체산업팀이 그려나가는 청사진 중 한 면은 융합이다. 김 팀장은 “반도체산업은 그 자체로도 주력산업이지만, 다른 산업들을 뒷받침하는 산업이기도 하다”며 “국방과 우주, 바이오헬스산업의 다양한 기술 및 제품들에 반도체가 활용되고 있고, 반도체산업 역량에 따라 같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이제는 K-방산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국방산업의 경우 제품들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의 99.2%는 외국제품이다. 이는 제품의 시장경쟁력은 물론 특히 국가안보와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에 자체개발 및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대전시와 함께 국방반도체산업의 육성과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국방반도체센터를 설립했으며, 오는 9월 20일 개소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제조시설 구축, 팹리스 지원사업 등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의 융합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 주무관은 “반도체 공정기술을 활용해 획기적인 제조혁신을 이룬 디지털 바이오 파운드리, 신약물질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분석하는 합성생물학 온칩 등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외에도 에너지, 양자, 로봇 등의 다른 첨단산업들과의 연계방안도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융합과 협력이 이뤄지는 것은 비단 산업 간의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러한 기반에는 역시 대전시의 연구인프라가 있었다. 김 팀장은 “대표적으로 반도체산업의 꾸준한 연구와 지원을 담당해온 나노종합기술원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20년 동안 대전 소재 기업들에게 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우수한 지원을 이어오며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비단 나노종합기술원만이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다양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반도체기업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신화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1988년 삼성전자 4MB DRAM 개발 뒤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있었다. 다시금 반도체산업이 글로벌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대덕연구단지와 대전 반도체기업들이 협력하여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갈 것이라 믿으며, 대전시 역시 함께 발맞추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광역시 반도체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