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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alkS - 24.8. Vol.12] (OPINION_나노종합기술원 양준모 책임연구원) 대전 반도체,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키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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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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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5

 

대전 반도체,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키를 잡다

 

나노종합기술원 양준모 책임연구원

 

반도체산업이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고, 반도체 경기에 따라서 국가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30여 년 전(1993년)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등이 된 이래,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왔다.

 

한편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시장규모가 메모리반도체보다 3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시대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20년간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 범국가적으로 많은 연구개발 투자가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시스템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3%라는 초라한 성적이다(삼성전자 제외 시 1% 이하). 메모리반도체의 세계 점유율이 60% 수준으로 세계 1등인데, 제조방법 및 공정이 유사한 시스템반도체는 3%,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메모리 중심의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을 시스템반도체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경기도 남부에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수도권 과밀화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정책 결단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이 지난 20년과 유사한 방식의 대규모 투자만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는 것처럼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제조생태계가 완전히 다르다. 메모리반도체는 IDM(종합반도체회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에서 설계부터 패키지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설계는 팹리스(브로드컴, 퀄컴, 엔비디아 등), 제조는 파운드리(TSMC 등)에서 분담하여 제조된다. 메모리반도체는 제조공정 이슈가 지배적이고, 시스템반도체는 다양한 반도체 기능을 내기 위한 설계기술 이슈가 큰 반도체이다. 시스템반도체는 CPU(중앙처리장치, 인텔이 세계 1위), GPU(그래픽처리장치, 엔비디아가 세계 1위)와 같은 대량생산 제품도 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이 매우 많다. 이것은 중소기업 및 팹리스형 산업으로써 이를 육성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더욱이 최근 AI반도체가 서버, 스마트폰, 스마트가전,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소량다품종에서 대량다품종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 생태계가 설계와 생산을 모두 수행하는 IDM에서 다양한 기능의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와 팹리스에서 설계된 반도체 칩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로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 초연결 시대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새로운 기능의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생기면서, 특히 팹리스는 많은 기업이 신규로 창업이 되고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대규모 팹 구축과 나노급 공정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 투자보다는 아이디어 및 설계기술과 마케팅이 차세대 반도체의 사업화에서 핵심이 되었다는 의미이고, 더 이상은 과학기술과 창의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의 원조기업인 인텔을 포함하여 세계적인 팹리스의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졌다. 이것은 스탠포드, 버클리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예측을 통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네트워크킹으로 사업화한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부가적이지만 애플,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등이 있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소는 ‘자본, 네트워크, 다양성, 창업에 대한 관용’이라고 한다. 이것은 다양한 사고를 갖고 다양한 사업화 네트워크가 사업화 성공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빌게이츠는 각 가정에서 컴퓨터가 사용될 정도로 많은 PC가 보급될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스티브잡스는 핸드폰에서 컴퓨터 기능 수요에 대한 시장을 예측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기술개발 및 사업화 성공을 이루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은 세계적으로 중소 IT기업이 매우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70㎞ 정도 떨어져 있는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IT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소 IT기업의 집적단지이다. 컴퓨터와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각종 IT 부품의 최대 제조단지인 신주과학단지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풍부한 고급인력 및 자금력을 기반으로 모바일과 바이오산업단지로 확장하고 있다.

 

1980년 정부 주도로 조성된 218만평 규모의 신주과학단지에는 400여 개 IT업체가 입주하고 있고,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를 비롯해 4위인 UMC가 입주해 있고, 세계 4위 팹리스 업체인 미디어텍이 있다.

 

단지 내에는 대만 최고수준의 국립 칭화대와 자오퉁대가 있으며, 정부 산하 산업연구원(ITRI)도 있다. ITRI는 컴퓨터와 반도체, 전자, 통신, 광학, 생명공학 등 차세대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주단지는 우리나라의 대덕연구단지와 매우 유사한 연구 인프라를 갖고 있다.

 

대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舊실리콘웍스)이 창업된 지역이다. 이는 KAIST, 전자통신연구원의 우수한 반도체 설계 역량과 인력이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 항공, 우주산업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신뢰성이 높은 첨단기술이 필요하고 특화분야에서 강소기업이 담당해야 할 분야이다. KAIST 출신 박사들이 창업한 아이쓰리시스템은 국방용 열영상 적외선센서를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개발해서 국내에서 최초로 사업화에 성공하였다. 최근 반도체 화두인 AI반도체, HBM 메모리 기반기술도 KAIST와 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성과가 큰 기여를 하였다.

 

지금까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개발 지원은 팹리스 등 개별 기업에게 특정한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결과적으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기술을 갖고 창업하는 기업이나 중소 팹리스 기업은 설계 소프트웨어나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인프라가 없어서 큰 장애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품종 소량생산형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설계툴 및 공공 팹 인프라가 절실하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 이슈가 있어서 반도체 제조 생태계상의 문제가 있다. 소부장 산업은 선진국형 산업으로 긴 시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이고, 최근에는 탄소중립(Net Zero) 대응으로 소부장 산업에서 제조공정 혁신을 위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등, 대전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소부장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나노종합기술원에 국가 유일의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가 있어서 소부장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환경이다.

 

기존의 IDM 대기업, 경기도 중심의 기존 방법은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기술집약적인 다품종 소량생산형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경기도에 집중된 기존의 IDM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와는 혁신적으로 차별화하여 연구개발된 원천기술을 사업화함으로써 창업에서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벤처형 시스템반도체 특화산업단지가 필요하고, 또한 사업화를 위해서 긴 시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반도체 후방산업인 소부장 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서 시스템반도체 및 소부장 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역량, 우수한 인력과 함께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공공팹과 실증 테스트베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부적으로는 KAIST, ETRI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 나노종합기술원, ETRI에서 시제품 제작 및 실증 테스트, 화학연에서 반도체 소재, 특히 탄소중립 대응 소재, 기계연에서 핵심부품 및 장비, 대전TP에서 사업화 지원 등으로, 대전은 이미 이러한 연구개발 및 사업화 인프라가 확보되어 있는 국가 유일의 세계적인 대덕연구단지가 있다.

 

AI반도체 설계 전문가 (KAIST 유회준 교수)

 

3D 패키징 설계 전문가 (KAIST 김정호 교수)

 

 

대전시 정책에서도 ‘일류경제 도시 대전’을 모토로 과학·경제·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대전장대 도시첨단산업단지 구축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선정 ▲국가 우주산업클러스터에 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 지정 ▲방위사업청 대전 유치 ▲정부의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에 K-켄달스퀘어 조성 추진 ▲전국 최초 공공 벤처캐피탈 대전투자금융㈜설립을 추진하고 있어서 환경조성도 되어 있다.

 

대전장대 도시첨단산업단지 및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대전시에서도 입지 여건이 가장 좋은 위치로서 

KAIST, 충남대 부근이고, 도안 신도시 내에 있음

 

이상 기술한 것처럼 대덕연구단지의 반도체 분야의 과학기술 인프라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대만의 신주과학단지보다도 훨씬 더 우수하지만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산업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업의 사업화 지원을 위한 공공파운드리(팹리스의 시제품 제작 및 파일럿 라인)와 실증 테스트베드(소부장 제품의 성능 인증)가 절실히 요구된다. 실증 테스트베드는 용인에 구축 예정인 ‘첨단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팹’을 활용할 수 있지만, 팹리스 기업의 플레이그라운드 역할을 하는 ‘공공파운드리’는 국가적으로 부재하므로 대전시 차원에서 우선 구축 및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국가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산업이 밀집되어 있는 경기권에서 가깝고 연구역량, 우수한 인력, 첨단인프라가 집적되어 있는 대전은 첨단반도체 기업이 창업 및 사업화할 수 있는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고, 미국의 실리콘밸리, 대만의 신주과학단지와 매우 유사하게 국가차원에서 연구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가 된 대전은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및 반도체 소부장 산업의 도약을 위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인공지능, 초연결 시대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새로운 기능의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생기면서, 대규모 자본 투자에 의한 IDM만으로는 차세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계가 있고 아이디어 및 설계기술과 마케팅이 첨단반도체의 사업화에서 중요하게 되었다. 이제는 국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과학기술과 창의적인 인재가 많은 대덕 연구단지를 국가가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전의 과학기술 및 인프라 활용을 통하여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계획대로 육성된다면 2030년에는 10% 수준의 세계시장 점유율로 메모리반도체를 초월하여 179조원의 생산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은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대기업 중심의 ‘(경기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와 반드시 함께 가야할 길이고 이를 위해서 (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조기 구축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팹리스 기업의 플레이그라운드 역할을 하는 ‘공공파운드리’는 대전시 차원에서 우선 구축 및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국가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