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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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新 우주시대의 과제와 대전의 역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황진영 책임연구원
드디어 우주항공청이 개청되었다. 지난 4월 30일에는 우주항공청의 개청식과 함께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1차 국가우주위원회가 열렸다. 우주항공청은 개청식에서 “우주항공 5대 강국 실현 및 국가 주력산업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민간이 기술혁신 및 신시장 개척의 주역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민간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인 “뉴스페이스 시대”로의 동참을 선언한 것이다.
민간이 스스로 투자하여, 시장을 개척하고, 이윤을 창출해 내는 진정한 뉴스페이스 시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끈 미국은 1958년 NASA를 설립하고 60여 년 이상 천문학적인 우주개발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으며, 이를 통해 1969년 유인 달착륙, 1981년 우주왕복선, 1998년 국제우주정거장, 그리고 화성 및 행성탐사 등을 실현해 왔다. 이러한 우주개발 경험과 막대한 우주개발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민간의 축적된 기술역량과 경험 있는 우수한 인력들이 뉴스페이스의 기반이 되었다.
경남 사천에 개청한 우주항공청.[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어 이제 3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주개발 투자는 2023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1/100, 중국의 1/20, 일본의 1/6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주발사체 기술은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 및 이의 운반수단인 미사일(우주발사체 포함)의 국제적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비확산체제로 인해, 부품 하나부터 순수한 자력기술에 의해 개발해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은 지구관측용 위성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2022년과 2023년에는 1.5톤급 인공위성의 발사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우리나라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호의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였다.
그러나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우주산업 역량은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 매출은 2022년 약 3.6조 원으로 세계시장의 0.7%에 머물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체 등 우주기기제작은 세계시장대비 0.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우주기업의 70%가 우주매출 10억 이하의 기업들이며 매출의 70% 정도가 정부의 공공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자생적 우주산업 형성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신우주산업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의 우주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정부의 인공위성 및 발사 수요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우주기술의 제조/기술역량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발전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최근 국방우주무기체계의 필요성이 크게 증대되면서 정찰위성 등 국방우주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정부 우주수요 확대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우주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확대되는 정부 물량을 바탕으로 시스템과 이를 구성하는 서브시스템 및 부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민간 매칭 우주펀드를 크게 확대하여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적극지원하고, 우주기업에 대한 인증제도 마련, 해외구매 품목의 국산화 확대 및 수출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정부 우주수요를 민간 구매·조달하기 위한 구매·계약방식의 다양화와 품질보증 및 감리 등 우주조달·감리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네 번째는 글로벌 수준의 우주항공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22년 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위성특구, 전남을 기반으로 하는 발사체특구, 그리고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인재특구를 지정한 바 있다. 이들 특구에서는 각 분야의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특화된 생산체계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방정부와 함께 인력수급 등을 포함한 자생적 선순환 구조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대전지역은 경남의 인공위성클러스터, 전남의 우주발사체클러스터 등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에서 소외되었다가, 뒤늦게 연구개발 및 인재양성 클러스터로 지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우주분야와 같은 첨단 기술분야의 핵심역량은 연구개발 역량과 우수한 인재, 그리고 도전적 정신에 있다. 연구·인재특구로 지정된 대전지역은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메카나 다름없으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新 우주시대를 열어나가는 최선봉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우리나라 인공위성 및 우주발사체 개발의 대표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하여, 소형 인공위성분야의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우주과학분야의 한국천문연구원, 그리고 우주통신탑재체 분야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방연구개발 분야의 독보적 존재인 국방연구소(ADD) 등 국내 최고수준의 연구개발기관이 즐비하다. 한국항공우주우주연구원에는 1,000여 명의 우주항공 전문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고, 천문연구원에도 300여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연구기관에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30여 년의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어 있다. 또한 항공우주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시험설비, 위성관제 및 데이터 수신을 위한 지상국 설비 등 우주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귀중한 시설·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 인력양성과 우주연구개발 관련한 국내최고 수준의 대학교인 카이스트, 충남대 등이 있다. 이들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교육시키고 공급할 뿐 아니라, 신기술 및 혁신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연구교수들이 풍부하다. 우주분야의 신산업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대전의 핵심 연구대학은 소중한 자원이다.
세 번째, 기업의 경우에도 국내 최초로 소형 인공위성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세트렉아이를 비롯해 솔탑, 컨택, 한컴인스페이스 등 대전·충청권 102개 기업(대전 81개 기업)이 위치하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LIG 넥스원 등 대기업의 핵심연구소들도 들어와 있어, 서울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우주기업체와 기업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1973년 대덕연구단지로 시작한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정주여건 측면에서도 수도권에 비견되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 경남이나 전남에 비해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정주여건은 우수한 신규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결론적으로 대전은 우주분야에 있어서는 탁월한 기술력의 정부연구기관, 우수한 인적 자원을 공급하는 대학, 기술중심의 기업체가 공존하고 있어 뉴스페이스 시대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을 인체라고 보았을 때 대전은 머리와 심장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주산업 클러스터의 삼각체제에서 대전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우주제조업은 우주활용시장의 1/10에 불과한 바, 우리나라가 향후 뉴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우주제조업 중심에서, 위성인터넷, 위성항법, 위성영상정보·데이터 활용 등 다양한 우주활용분야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대전은 인공위성, 발사체 등 우주시스템은 물론 우주활용분야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위성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위성데이터를 수집해 공급하는 기관이 있고, 새로운 우주기술 정보와 최신동향에 제일 먼저 접할 수 있고, IT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연구기관은 설립 30여 년이 경과되면서 은퇴를 앞둔 고경력 연구원들이 많아 이들 인력을 영입하거나, 이들 인력을 스타트-업으로 연결하고,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 진정한 의미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수 있을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대전은 뉴스페이스를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 이를 엮는 것은 지자체와 지역의 기관들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자체는 이들 우주산업 혁신주체 간 기술교류 및 비즈니스 중심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원해 주는 플랫폼이 되어 대전이 뉴스페이스 시대의 선봉장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