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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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언론사에서 의견을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트럼프 시대에 한국의 로봇산업은 향후 어떻게 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답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로봇산업은 소비재와 연결된 서비스용 로봇, 자본재 및 생산재에 영향을 주는 제조업용 로봇, 중간재적 성격의 로봇 부품 등 범위가 상당히 넓고 각각의 품목별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정책의 변화에도 다르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트럼프 2.0 시대는 로봇을 사용하는 글로벌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 로봇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대전시는 2004년부터 대전을 세계 로봇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천명하며 로봇 생태계를 육성했다. 2020년 전후부터 미국, 중국, EU, 인도 등에서 경쟁적으로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로봇 생태계를 육성하는 정책보다 무려 16년이나 앞선 정책이었다. 대전은 로봇 클러스터 창립, 지능로봇산업화센터 구축, 로봇 관련 국·시책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 로봇 생태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대전 로봇 생태계 현황 및 방향 모색은 국내 로봇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보호무역주의, 첨단 기술 주도 정책, 제조업 회귀 촉진 등을 추진하며 대전 로봇 생태계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변화의 시기에 대전은 지역만이 아닌 국내 전체 로봇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 2.0시대에 주요 정책 변화와 대전 로봇 생태계에 시사점
미국은 기존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게다가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빠르고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한국 5대 수출품목(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반도체 및 자동차 관련 제조업용 로봇 주력 기업에게는 적신호가 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 리쇼어링 강화로 인해 제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커질 것이고 미국에 기반이 없는 기계, 로봇 등에 대한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전 소재 기업 중 생산설비와 관련된 물류 로봇, 협동 로봇 기업에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단, 일반적으로 타 국가로 보낸 생산공정이 리쇼어링이 될 경우 턴키(Turn-Key)방식의 계약, 기존 협력업체 유지, 미국 로봇 SI기업의 일본산 선호 등으로 개별 국내 기업의 협력보다는 대기업과의 동반 진출, 국내기업간 턴키 솔루션 협력, 미국 로봇 SI기업의 연합체인 첨단자동화협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트럼프 행정부는 NATO에 대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대로 현재 NATO 국방예산을 3%로 증액할 경우 약 1.3조 달러에서 약 2조 달러로 증액될 가능성이 높아 비행 로봇 등 국방 분야에 특화된 대전 기업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방산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확대, 우방 국가와의 방산 생태계 강화 노력에 따라 방산 로봇 부품시장에서 대전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전 로봇 생태계의 강점과 현황
대전 로봇 생태계의 강점으로는 알다시피 연구 인프라이다. 한국기계연구원,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로봇을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소가 다수 소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출연연구소가 대전에 대다수 소재하고 있다는 점은 생태계 역량요소인 기초 연구 및 응용 연구 지원 환경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 출연 연구소 특성상 국가를 대표하는 전국구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지역에 소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인센티브 없이 지역 생태계 연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대전시 및 대전 소재 기관의 장기적인 로봇 정책 추진으로 타 지자체 대비 축적된 인프라, 실증 및 투자 유치 경험이 누적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전테크노파크 등에서 로봇 시제품 제작 및 가공 장비를 확보하고 장기간 국·시책 사업을 운영하며 대전 소재 기업을 전방위 지원하고 있다. 대전시는 일관된 로봇 정책 추진 및 양적인 창업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KAIST, 충남대 등에서 우수한 로봇 스타트업을 배출한 사례도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창업·벤처생태계 종합지수 비교’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의 지원 아래 대전 창업생태계는 지난 10년(2010~2020)간 전국 대비 26%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트럼프 2.0 시대에 대전로봇 생태계 도약을 위한 제언
필자는 2018년부터 국내외 로봇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로봇 역량요소를 뽑아보면 생태계 주체별 규모, 기초/응용 연구지원, 제품혁신 및 개발지원, 실증기반 및 서비스, 엑셀러레이터, 공간 제공 및 임대, 기업가적 멘토링, 민간 투자, 공급망(부품), 제조 지원, 교육, 인력수급, 네트워킹, 정부 및 지자체 정책・투자, 마케팅 등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짧게 정리하면 로봇 생태계의 주요 변수는 주체 규모, 연구, 제조, 실증, 공간, 인재, 투자, 정책, 네트워킹을 들 수 있다. 필자가 체감한 로봇 생태계 역량을 공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로봇 생태계 역량 = 네트워킹 × 인재양성 및 공급 × (생태계 주체별 규모 + 연구인프라 + 제조지원 + 공간 + 실증지원 + 정책지원 + 투자지원) |
다만, 생태계 주체별 규모, 연구인프라, 제조지원, 실증지원, 투자 등은 생태계 역량과 관련된 덧셈의 변수이지만, 네트워킹과 인재양성 및 공급은 곱셈의 변수이기 때문에 네트워킹이나 인재양성·공급이 제로에 가깝다면 다른 변수가 아무리 좋더라도 생태계 역량이 감소하거나 의미가 약화될 수 있다. 대다수의 클러스터에서는 네트워킹, 인재라는 변수보다 공간, 정책 지원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보스톤, 피츠버그, 오덴세 등의 대표적인 로봇 클러스터를 방문하고 인터뷰를 해보면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의 핵심은 지역의 우수한 자원과의 네트워킹에 있었다. 대전에서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해보면 저녁 행사에도 국방과학연구소, 육군교육사령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특허청, KAIST 등 다른 지역에서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네트워킹 행사를 추진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의전 성격이 강하거나 학교식 자리배치에 경청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아니라 다양한 로봇 생태계 주체들이 명함을 나누고 서로의 관심사항, 애로사항을 교류하는 행사가 많아져야 한다. 로봇 생태계는 제조 기업만이 아니라 부품기업, 디자인 기업, 유통기업, 로봇 SI 기업은 물론, 로봇 도입기업, 연구소, 학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생태계여야 하며 네트워킹 행사도 많은 주체들의 참여와 교류가 되는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교류행사를 통해 트럼프 2.0시대에 급변하는 대외환경 변화에 신규 기회, 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소 및 학교의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되어 대전 창업생태계로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림] 로봇 생태계 구조
로봇 분야 창업은 산업 특성상 투자 리스크가 높으며,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죽음의 계곡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AI 및 로봇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며 빅테크 기업 및 정부 투자 금액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 로봇 생태계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쉽지 않다. 네덜란드의 독점적인 착유로봇 생태계 구축 사례, 덴마크의 유니버셜로봇 및 독자적인 솔루션 사업 확대 사례 등을 참고하여 최근 경영 트렌드인 화이트 스페이스 전략을 제언한다. 화이트 스페이스란 시장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거나 경쟁이 덜한 영역을 의미하며, 로봇산업에서 이러한 틈새 기회를 찾아 새로운 기술과 응용 분야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장 초기 단계인 로봇 관련 국방·우주·항공 분야 틈새시장 발굴을 위해 노력하거나 트럼프 정부와 한국의 전략적 공급망과 연계하여 미국이 채우지 못하는 로봇 및 부품 영역을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 심화 시 중국 로봇 부품 및 완제품에 대한 관세 강화 및 보안 이슈로 국내 로봇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정부출연연구소와 협력하에 대전 특화형 로봇 자율실험실을 추진하여 글로벌 자율연구 실험 거점으로 도약하고 턴키로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면 트럼프 2.0 시대에서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도 검토가 필요하다.
트럼프 2.0 시대, 대전 로봇산업의 도약을 기대한다
트럼프 2.0 시대는 대전 로봇 생태계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대전은 연구개발 인프라와 기술력, 그리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의 강점을 활용하여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변화된 정책 환경과 불확실성이 높은 대외 환경 속에서 대전 로봇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민첩하고 혁신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산업이든 생태계의 성공은 변화에 대한 유연한 적응과 지속적인 혁신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