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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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계 역시 노벨상을 비롯해 주요 혁신기술 및 우수성과들이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 역시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이 이어진 가운데, D-Report에서 하반기 국내외 주요 연구성과를 살펴봤다.
◆ 아득히 먼 우주의 비밀을 풀다
네이처에 소개된 우주 연구논문 표지.[사진=네이처]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우주의 정보들이 학술지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9월 19일 네이처(Nature)의 표지는 ‘제트’가 장식했다.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일 때 강력한 방사선과 물질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중 블랙홀 밖으로 방출되는 것들을 제트라고 부른다. 마르테인 우이(Martijn Oei)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팀이 발견한 이번 제트는 길이 2300만 광년으로 인류 관측 역사상 가장 큰 제트에 해당한다.
21세기 가장 강력한 감마선 폭발의 분석결과도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발표됐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호에 탑재된 감마선분광기(KGRS)를 이용해 지난 2022년 10월 9일 발생한 감마선 폭발(GRB20221009A)의 결과를 측정하고 분석했다. 당시 지구에서 151만km 떨어진 지점에서 감마선 폭발을 감지했으며, 분석결과 약 24억 광년 떨어진 궁수자리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들의 연구도 소개됐다. 네이처는 10월 17일 ‘Rock Family Tree’라는 문구와 함께 미카엘 마르셋(Michaël Marsset) 칠레 산티아고 유럽남방천문대(ESO) 연구원팀과 미로슬라브 브로즈(Miroslav Brož) 체코 프라하 카를대 교수 연구팀의 운석 연구논문을 각각 실었다. 두 연구팀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을 분석한 가운데, 미카엘 마르셋 연구원팀은 분광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살리아 소행성군’이 철 함량이 낮은 ‘L 콘드라이트 운석’과 구성이 유사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미로슬라브 브로즈 교수팀은 지구에 떨어진 H와 L 콘드라이트 운석이 4,000만년 전 마살리아 소행성군의 충돌을 비롯해 760만년 전 코로니스 소행성군, 580만년 전 카린 소행성군에서 유래됐다고 추정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처는 우주 환경에서 생명체의 생리학적 변화를 분석하고 데이터화하는 ‘SOMA(Space Omics and Medical Atlas)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미국 코넬대 의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주 비행에서 얻어진 인체 데이터를 분석하고 축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스페이스X의 ‘인스피레이션4(Inspiration4)’의 연구결과가 눈에 띈다. 그동안 장기 우주 비행 임무에서 얻어진 데이터와 달리, 인스피레이션4는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주 비행을 했으며, 이를 통해 몇몇 면역체계와 유전자가 변화되었음을 확인했다.
*주요논문 및 기사 링크
Martijn S. S. L. Oei 외. Black hole jets on the scale of the cosmic web,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79-y
김경자 외. The GRB221009A gamma-ray burst as revealed by the gamma-ray spectrometer onboard the KPLO (Danuri), Scientific Report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4-69928-w
M. Marsset 외. The Massalia asteroid family as the origin of ordinary L chondrites,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07-6
M. Brož 외. Young asteroid families as the primary source of meteorites,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06-7
Space Omics and Medical Atlas (SOMA) across orbits, Nature
https://www.nature.com/immersive/d42859-024-00009-8/index.html
◆ 바이오헬스, 건강한 인류를 위한 끝없는 도전
바이오헬스분야에선 기존 난치성 질환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들이 소개됐다.[사진=사이언스, 네이처,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바이오헬스분야에선 기존 치료제들의 장벽이었던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를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소개됐다. 사이언스(Science)는 12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의 T-세포 연구를 소개했다. T-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조절 기능을 갖고 있어 현재 CAR-T 치료제 연구에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T-세포를 치료제를 담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설계해 치료제를 원하는 조직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11월 7일자 네이처에는 그동안 잉여 DNA 조각으로만 인식되었던 ecDNA들의 논문이 4편이나 실렸다. ecDNA는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DNA가 잘리거나 재조합되며 떨어져 나온 조각들을 의미한다. 이번에 소개된 논문들은 이러한 ecDNA가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하거나 종양의 다양성을 증가시켜 암 치료의 효율을 낮춘다는 연구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ecDNA에 대한 치료법은 전무한 상황에서 새로운 암 치료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인층의 가장 흔한 실명 원인으로 꼽히는 황반변성 치료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는 2023년 FDA의 최초 승인을 받은 두 종류의 치료제가 있지만, 모두 안구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실제 회복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다. 서문형 KIST 박사팀은 자연계에서 추출한 치료 후보물질(펩타이드)를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이용하면 안약과 같이 점안 형태로 투여가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지난 10월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주요논문 및 기사 링크
Milos S. Simic 외. Programming tissue-sensing T cells that deliver therapies to the brain,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l4237
Chris Bailey 외. Origins and impact of extrachromosomal DNA,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107-3
King L. Hung 외. Coordinated inheritance of extrachromosomal DNAs in cancer cells,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61-8
Jun Tang 외. Enhancing transcription–replication conflict targets ecDNA-positive cancers,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02-5
Duy D. Nguyen 외. The interplay of mutagenesis and ecDNA shapes urothelial cancer evolution,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955-3
임윤 외. Massively Parallel Screening of Toll/Interleukin-1 Receptor (TIR)-Derived Peptides Reveals Multiple Toll-Like Receptors (TLRs)-Targeting Immunomodulatory Peptides, Advanced Science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vs.202406018
◆ 고품질 반도체를 향한 대한민국의 발걸음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와 에너지 앤 인바이런먼탈 머티리얼즈의 표지를 동시에 장식한 김형우 한국기계연구원 박사팀과 김태성 성균관대학교 교수팀의 논문.
반도체 분야에선 국내 연구진들의 성과도 돋보였다. 김형우 한국기계연구원 박사팀과 김태성 성균관대학교 교수팀은 플라즈마를 이용해 이종구조 4인치 반도체 웨이퍼 제작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재료인 2차원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TMDc)에 적용해 AI반도체로 사용가능하다. 특히 3D 통합구조를 구현 시 전력손실이 감소하고 열 방출량이 적어져 성능과 효율성을 둘 다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와 에너지 앤 인바이런먼탈 머티리얼즈(Energy&Environmental Materials) 표지논문을 각각 장식했다.
나노분야 학술지 스몰(Small)에는 김보흥 울산대 교수팀의 초미세 유체 전기장 거동 특성 연구가 소개됐다.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나노 수준 유동(流動)은 공정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띈다. 미세유동은 전기이중충이 핵심이지만, 그 내부에 대한 특성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이를 이해할 경우 나노수준의 유동 제어가 가능해져 초정밀 반도체 공정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컴퓨터 전산모사를 활용해 분자 수준에서 물질 확산을 포함한 거동 특성을 밝혀냈다. 첨단소재측정그룹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선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에 쓰이는 부품의 수명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 시스템은 플라즈마 노출로부터 벗겨지는 부품의 피막을 포집해 센서로 분석한다. 이를 활용하면 공정 중 발생하는 수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미세입자를 시간당 수천 개까지 분석해 상태와 수명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다. 기존 공정이 종료된 후 완성된 웨이퍼의 표면을 분석해 남은 수명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던 방식과 달리 실시간으로 측정함으로써 반도체 공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논문 및 기사 링크
석현호 외. Electron Release via Internal Polarization Fields for Optimal S-H Bonding States, Advanced Materials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ma.202411211
Kubra Aydin 외. Unlocking of Schottky Barrier Near the Junction of MoS2 Heterostructure Under Electrochemical Potential, Energy&Environmental Materials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eem2.12800
Md Masuduzzaman 외. Applied Electric Field Effects on Diffusivity and Electrical Double-Layer Thickness, Small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smll.202404397
소종호 외. Effect of controlling residual moisture in atmospheric plasma spray-Y2O3 coatings on random defect generation by halogen-based plasma, Journal of the European Ceramic Society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55221924007921
◆ AI가 가져온 사회 부작용을 해결하다
AI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부작용에 주목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네이처, 사이언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의 사회적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한 논문들도 등장했다. 네이처는 지난 7월 표지에 녹색의 오물을 토하는 로봇 이미지를 실었다. 로봇이 토한 오물은 더 작은 로봇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그림이었다. 이는 일라일 슈마일로프(Ilia Shumailov)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팀의 논문으로 AI가 생산하는 정보의 질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기존 인간이 생산했던 데이터로만 학습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AI가 생산한 데이터로 학습이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질이 낮은 정보가 다시 질이 낮은 정보를 낮는 악순환의 ‘모델 붕괴(models collapse)’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10월에는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등을 찾아낼 수 있는 연구가 소개됐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은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확인할 수 있는 워터마크 도구인 ‘신스아이디(SynthOD-Text)’를 개발했다. 기존 워터마크는 AI 계산 효율과 결과 품질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 신스아이디의 경우 텍스트 선택 확률에 편향을 주는 알고리즘을 활용함으로써 품질 및 속도는 그대로 유지하며 생성 텍스트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언스에는 음모론자들과 AI 챗봇 사이의 대화 연구에 따른 흥미로운 논문이 게재됐다. 토마스 코스텔로 미국 아메리칸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AI 챗봇에게 CIA의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일루미나티(Illuminati)의 존재 등과 같은 전통적 음모론부터 미국 대선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와 관계 같은 최신 음모론 등에 대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반론을 학습시켰다. 이후 AI 챗봇과 음모론자들을 대화하게 한 뒤 결과를 관측한 결과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평균 20% 가량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AI를 활용한 신소재,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성과들이 소개됐다.
*주요논문 및 기사 링크
Ilia Shumailov 외. AI models collapse when trained on recursively generated data,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566-y
Sumanth Dathathri 외. Scalable watermarking for identifying large language model outputs,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25-4
Thomas Costello 외. Durably reducing conspiracy beliefs through dialogues with AI,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q1814
Bence Bago & Jean-François Bonnefon. CGenerative AI as a tool for truth,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s0433
정인철, 심윤수 외. A Machine Learning-Enhanced Framework for the Accelerated Development of Spinel Oxide Electrocatalysts, Advanced Energy Materials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aenm.202402342
김세준 외. PROFiT-Net: Property-Networking Deep Learning Model for MaterialsArticle,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https://pubs.acs.org/doi/10.1021/jacs.4c05159
Eric Nguyen 외. Sequence modeling and design from molecular to genome scale with Evo,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o9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