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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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혁신창업 생태계, 글로벌로 향하는 발판
정미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국내외 주요 혁신창업생태계
혁신창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제품,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혁신적 솔루션을 제시하여 사회적 가치 실현에 기여한다. 특히 기술 창업은 기술 상용화 및 사업화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며 기존 산업과 융합하여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한다. 스타트업의 급속한 성장과 시장 확대는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옴으로써, 혁신창업은 경제사회의 역동성을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그림 1]은 스타트업지놈(Startup Genome)이 55개 국가의 창업생태계 순위를 발표한 내용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대도시가 상위에 랭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이 2024년 9위로 성큼 뛰어오르며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상위권에 있는 글로벌 대도시들의 창업생태계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사람과 자본이 집중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기존의 룰을 깨뜨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상위권 도시들은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며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산업 자본 등 다양한 자본이 풍부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탄탄한 투자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간적으로 밀집함으로써 다양한 경제사회 및 생활 인프라,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있고 글로벌 대도시로서 다국적 문화가 만들어내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코워킹 스페이스, 네트워킹 이벤트 등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성장하며 협업, 아이디어 공유, 다양한 사람, 수요, 기술 간의 새로운 연결을 촉진하는 스타트업 문화가 존재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이 결합하여 글로벌 대도시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선도 도시가 되는 것이다. 혁신창업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 측면에서 대도시의 밀집된 경제사회 공간은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잠재된 수요를 발견하는데 유리해 소비자 행동과 시장 트렌드에 통찰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최근 투자생태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딥테크는 과학기술의 첨단 경계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아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가 있는 지역이 유리하다.
[그림 1]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2020-2024)
출처: 스타트업지놈 웹사이트(2025.4.27. 기준)
대전 혁신창업생태계의 특장점 및 역량
대전은 1973년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된 이후, 출연연, 교육기관 등 다양한 공공기관과 기업 연구소가 위치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도시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창업 후 대전에 자리 잡은 대학과 연구소 출신의 벤처인들이 IT, BT 등 산업별 협회를 조직하거나 공간을 공유하며 창업과정을 서로 지원해 왔으며, 정부 및 다양한 기관을 통해 공공기관과 대학의 기술사업화와 성장이 지원되고 있다. 도룡벤처포럼, 충청권 엔젤투자허브와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등 민관협력 네트워크가 창업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고, KAIST와 충남대학교 사이에 위치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자에 지역 및 정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연계․지원하고 액셀러레이터 기관으로서 국내외 투자자 및 창업자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외에도 팁스타운, 스타트업파크 등 정부의 혁신창업 활성화 의지가 집중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조사․분석한 우리나라 17개 시도 단위 지역의 혁신창업생태계 지표에 따르면 대부분 지표에서 서울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나 인적자본 영역, 기술 및 지식 영역에서 대전의 강점이 명확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그림 2] 참고). 투자생태계를 포함하는 창업인프라 지표와 지역 생산 규모 및 기업 환경을 나타내는 스케일업인프라 지표에서는 타 비수도권 지역에 비해서도 열위에 있어 혁신창업생태계의 보완적 성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수도권 중심의 국토 불균형 상황에서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대전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창업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대전은 전국 최초로 지방 정부가 출자한 공공투자기관인 ‘대전투자금융’을 설립하여 투자생태계 활성화에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 창업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코스닥 신규상장이 꾸준히 이루어는 등 가시적 혁신창업 성과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대전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그림 2] 지역 혁신창업생태계 지표(지역 규모 대비 변환 결과)
주) 지역 별 인구수나 지역내총생산액 대비 상대적 수치로 변환하여 사용, 변환 기준 및 지표에 대한 상세 설명은 원출처 참고
출처: 정미애․모미령․진우석. (2025). 지역 혁신창업생태계 현황과 과제, p. 12
대전 혁신창업생태계 성장을 위한 과제
앞서 국내의 주요 혁신창업생태계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적 조건을 언급하였다. 요소 단위에서 인력, 자본, 문화를 정책적으로 채워갈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집결하게 하는 임계규모(Critical mass)로의 성장은 단순한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혁신창업생태계를 키우는 일은 다수의 주체와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 과학기술과 혁신창업이 대전의 강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 방향에서의 전략적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대학, 출연연, 기업 등 혁신창업생태계의 각 핵심 구성원이 본연의 영역에 충실하면서 그 과정에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가치를 공유해 진정한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 예전에도 그래왔지만 4차산업혁명, 디지털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시기는 과학기술과 혁신창업 모두 글로벌 경쟁력이 필수이다. 혁신창업생태계에서 대학은 인재 양성의 가치, 연구소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발견의 가치, 기업은 국내외 시장 창출이라는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각 주체가 보유한 인재, 기술, 상업화 지식 등 자원과 지식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대학의 창업, 연구소의 창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진성 수요에 기반 한 자원과 지식의 연결은 지역, 국가 경계를 넘나들 수 있고 결국 순환 고리의 범위가 대전 혁신창업생태계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둘째, 수요에 기반한 자원과 지식 교류의 핵심 통로는 인력 순환일 것이다. 연구자는 기업 연구에서 실용적 경험을 쌓고, 기업에서의 경험을 다시 대학과 연구소로 돌아가 또 다른 가치로 환원할 수 있도록 연구자가 기업 연구소로, 또 기업에서 학교나 연구소로의 조직 간 인력 이동이 수월해야 한다. 인력의 이동이 상호 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나 진정한 협력 관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셋째, 창업 이후 성장하는 기업 조직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시스템이라 말하지만 경영, 제조, 고객 관리 등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세부 영역마다 전문화된 인재가 필요하다. 많은 대전 창업 기업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이유 중에 투자와 함께 인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나 기술자만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없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함께해야 온전한 기업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대전의 창업생태계는 이러한 인력을 끌어들이고 유지하기에 부족한 규모이다. 유능한 인력이 오직 한 기업을 보고 대전이란 지역을 선택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기회비용이 많다. 특정 분야에서의 창업생태계 조성에 일차적으로 집중하여 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이 대전에 머무르며 여러 기업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대전 혁신창업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 해당 분야의 전문 인재 풀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정미애․모미령․진우석(2025), “지역 혁신창업생태계 현황과 과제”, STEPI Insight, 338.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스타트업지놈 웹사이트, https://startupgeno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