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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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투자자로서 대전이란
인터베스트 임정희 부사장
한국 바이오산업은 투자관점에서 2021년 1조 6,770억 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추세였다. 코스닥 상장업체 수의 부진,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되는 등 부정적인 상황 등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2025년 1분기 투자집행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하는 등 상승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의 위상과 기대측면에서 조망해 보고자 한다.
한국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대전
대전에는 국내 연구개발(R&D)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전국 최대규모인 45개의 국가 연구기관과 295개의 연구소기업이 집적되어 있으며, 약 300여 개의 바이오헬스 기업이 밀집해 있어 산·학·연·병 협력이 활발하다. 또한 KAIST와 충남대 등 지역 대학들은 우수한 바이오 인재를 배출하고, 이들이 개발하는 기술이 실용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벤처 기업들을 살펴보면 단연코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둔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인 알테오젠(시가총액 22.5조 원)과 펩트론(시가총액 6.9조 원), 리가켐바이오(시가총액 5.2조 원) 등이 그 주역들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전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업체들 중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들은 13개사로서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41조 원에 달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대전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변화가 진행되었다.
대전 바이오산업의 애로점
지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바이오산업 시도별 인력 분포에 따르면 대전은 석박사 인력이 2,715명 수준으로 전국적으로 4.2%에 달한다. 서울(19.1%)과 경기지역(27.5%)은 합계 시 46.6%에 달하는 것에 비해 1/10 수준이기에 대전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고민은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 2025년 7월 1일. 대전을 대표하는 리가켐바이오가 개최한 Global R&D day 2025에서 지역적 한계 때문에 인재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즉 연구인력들이 겪게 되는 생활환경, 자녀 교육문제 등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활발한 창업네트워크
대전에는 한국과학기술지주, 미래과학기술지주, 이노폴리스파트너스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등의 성과를 사업화하거나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 성공한 기업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다수의 엑셀러레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TIPS* 프로그램들의 운용사로서 직접투자와 과제 진행을 함께 수행함으로써 벤처기업들의 창업을 유도하고 빠른 사업화 진입 및 시행착오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혁신신약살롱을 통해 바이오 인력들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고, 바이오헬스케어 협회에서 바이오벤처 선도기업들이 유용한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대전 바이오산업의 과제
최근 중국 바이오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전달받는 비중이 37%에 달하고 있다. 미국 제약산업 및 학계에서 교육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온 인력이 30만 명에 달하고, 엄청난 정부지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결과이다. 기업 내부에서 CRO* 실험 등을 수행하는 등 저렴한 비용과 임상데이터의 빠른 확보 등을 경쟁력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서구 바이오 산업 구조의 고비용 부담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연결된다.
* 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임상시험 민간 전문 기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가노이드 활용 등을 통해 동물실험 비용과 기간을 줄인다거나 실험실 자동화 등을 통해 고비용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물질화되고 임상 실험에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오가노이드 활용 및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가상화 실험환경을 갖추는 것이 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고 대전이 그 모든 인프라와 역량을 갖추고 있기에 기대가 매우 크다.
끝으로 필자가 바이오벤처기업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0년 4월 당시 KTB네트워크 대전지점에 입사하면서였다. 항상 바쁘게만 돌아가는 서울과는 다른 보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창의력있는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이를 실현해내는 것이 대전의 특징이 아닐까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