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덕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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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AI 건망증 해결 통해 복잡한 업무도 문제없이 해결
항공기 조종석에 탑승한 로봇, 매뉴얼대로 조작 척척
내성 생긴 대장암 치료제, 단백질 조절 통해 치료전략 제시
7월 25일, ‘제1회 대전국제AI영화제’ 개최
붉은 말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시작했던 2026년이 절반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 역시 국내외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이어진 가운데, 과학기술계에서도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성과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안겼다. 이번 D-Special에선 2026년 상반기 AI(인공지능)·로봇·바이오헬스 등을 비롯해 대전의 주요 연구성과와 소식들을 살펴봤다.
◆ 목표관리와 임무수행···조직처럼 임무 해결하는 계층 AI
현재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AI는 성능고도화 및 응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세 연구성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먼저 KAIST 차미영 전산학부 교수와 김지희 기술경영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양재석 전남대 지리학 교수팀과 함께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한 범용 슬럼 탐지 AI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사전 슬럼 위치를 특정하지 않고도 AI가 위성사진을 자체적으로 분석해 슬럼 지역을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각 도시들은 규모부터 건축물의 형태와 밀집도가 모두 다르다보니 데이터가 적은 신규 지역에 대해선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를 여러 AI 모델에 서로 다른 지역 특성을 학습시키고, 신규 도시의 데이터가 입력될 시 적합한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전문가 혼합(Mixture-of-Experts)’ 구조를 도입했다. 또 '테스트 시점 적응(Test-Time Adaptation)' 기술을 활용해 정답 데이터가 없는 지역에서도 여러 모델의 예측 결과를 비교·검증해 오류를 줄이도록 했다.
해당 기술은 도시 인프라 확충 계획 수립, 재난·감염병 취약지역 파악, 주거환경 개선 사업 대상 선정,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점검 등 다양한 정책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 등 상대적으로 개발 수준이 낮고 데이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도시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성과는 AI 분야 세계 최고권위 학술대회로 인정받는 ‘국제인공지능학회(AAAI) 2026’에서 발표되었으며, ‘사회적 임팩트 AI’ 부문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선 두 건의 연구성과가 이어졌다. 먼저 장기 임무를 구분하고 순차적으로 계획을 세워 해결하는 계층형 AI 기술인 ‘ReAcTree(리액트리)’가 선보였다. 대형언어모델(LLM)들은 언어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데에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요리나 청소 등과 같은 여러 작업이 순서대로 이어지는 장기 작업(Long-Horizon Task)에선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작업 절차를 하나의 긴 흐름으로 처리하는 구조이기에 긴 작업이 진행될수록 앞선 지시를 잊거나, 다른 행동을 취하는 등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리액트리는 '계층적 에이전트 트리 구조(Hierarchical Agent Trees)'를 도입했다. 마치 업무 조직도처럼 상·하위 에이전트가 구분되어 있으며, 상위 에이전트는 목표를 관리하고, 하위 에이전트들이 세부 임무를 분할하여 수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과거 임무 성공 경험을 학습하는 ‘일화 메모리(Episodic Memory)’와 현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작업 메모리(Working Memory)’를 결합 구성하여 실행 능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이어 5월 개최된 AI 에이전트 분야 세계 최고권위 학술대회인 ‘AAMAS 2026’에서 발표됐다.
AI가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을 잊어버리는 ‘AI 건망증’은 고질적으로 지적되어온 단점이다. 이는 특히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가 모두 수정되며 정보가 뒤섞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ETRI 임수종 언어지능연구실 실장 연구팀은 POSTECH, 성균관대와 함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속·복합 지식 편집 기술(MemEIC)'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새로운 정보를 기존 AI 내부 파라미터에서 수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메모리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는 필요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불러와 활용할 수 있어 기존 지식 정보의 손상은 최소화하고, 새로운 지식 정보는 안정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의 기술은 지난해 말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AI·머신러닝 학회 ‘NeurIPS 2025’에서 공개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 항공기 조종석에 등장한 로봇···실제 비행을 꿈꾸다
AI와 찰떡궁합을 보여주며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로봇 분야 성과가 이어졌다. 특히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인간형 조종사 로봇 ‘파이봇(PIBOT)’은 실제 항공기 조종석에 탑승해 기능을 조작하며 연구자를 비롯해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파이봇의 특징은 인간형 로봇이라는 점이다. 인간형 로봇은 아직 매끄러운 활동을 보이지 못해 임무에 맞게 특화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이에 맞춰 조종석과 같은 활동공간을 개조하는 추가작업이 필요하다. 반면 파이봇은 기존 조종석에 그대로 착석하여 내부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항공기 매뉴얼과 체크리스트, 비상 절차 등의 정보를 생성형 AI를 통해 학습시켜 계기 확인, 상태 분석, 조작 대상 식별, 조작 순서 결정 등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현재 항공기 조종석과 유사한 시뮬레이터 환경에서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실제 항공기에서의 초기 조작 실험도 진행됐다. 파이봇은 세계 최대 기술학회인 IEEE 산하의 ‘로보틱스 및 자동화 학회(RAS)’가 발행하는 ‘IEEE 로보틱스 및 자동화 매거진(IEEE RAM)’의 최우수 논문상(Best Paper Award)을 수상했다.
사람이 착용하는 형태의 소프트 로봇 기술에서도 국내 연구진의 이름이 빛났다. 유지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026 IEEE 국제 로봇 및 자동화 학회(ICRA 2026)'에서 IEEE Robotics and Automation Letters(RA-L)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2025년 실렸던 1700여 편의 논문 중 5편만이 선정되는 최우수논문상에 2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해당 기술의 특징은 착용자 맞춤형이라는 점이다. 기존 착용 보조 기술은 로봇팔과 같이 이미 형태가 갖춰진 외부 장치를 착용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옷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구김과 접힘 등의 변형이 자주 일어나며, 또 신체 형태와 행동 습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밀하게 맞춤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접근방식을 바꿔 외부가 아닌 의복 내부에 공기를 주입해 사용자의 신체 형태에 맞게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형태로 구현했다. 이는 특히 소프트 로봇의 활용 범위를 일상생활의 보조영역까지 확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향후 고령자를 비롯해 장애인, 재활환자 등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 끊임없는 암세포와의 전쟁···신호 채널 하나하나 살핀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선 암 정복을 향한 연구들이 돋보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대장암 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조현수 줄기세포융합센터 박사 연구팀은 허근 경북대 교수팀과 함께 5-FU 내성에 대한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5-FU는 현재 대장암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항암제 중 하나이며, 많은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보여왔다. 다만 치료가 반복되며 일부 암세포들이 5-FU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내성을 갖는 암세포를 비교 분석하여 EHMT2라는 단백질의 활성화 여부가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EHMT2 활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5-FU에 대한 치료 효과가 낮고, 생존율도 떨어지는 양상이 확인되었으며, 활성억제제를 투여했을 경우 암세포의 성장도 다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내성을 낮춰 기존 항암제를 통해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대장암 면역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정환석 한의기술응용센터 박사 연구팀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테리플루노마이드’가 암세포의 면역회피 신호를 억제하고 면역세포의 항암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테리플루노마이드는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발생하며 신경세포를 감싸는 수초가 손상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의 치료제다. 연구팀은 이를 면역관문 조절의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했으며 암세포 표면의 면역억제 단백질인 PD-L1 발현을 감소시키고, 동시에 면역세포 표면의 PD-1과는 결합해 면역 억제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면역관문억제제가 PD-L1 또는 PD-1 중 하나를 표적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두 신호를 이중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MSS 계열 대장암 환자군에게도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철중 표적치료기술연구단 박사팀은 조용연 가톨릭대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단백질 인산화가 암세포의 자가포식과 엑소좀 분비 경로를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자가포식을 하게 되는데, 연구팀은 단백질 인산화 효소 RPS6KA3(RSK2)가 자가포식 관련 단백질 DRAM2를 특정 위치(Ser263)에서 인산화할 경우 리소좀에서 자가포식이 활성화됨을 확인했다. 반대로 인산화를 차단하면 DRAM2는 리소좀이 아닌 세포막으로 이동하고, 자가포식 억제와 엑소좀 분비 증가 현상을 보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흑색종의 성장을 크게 억제하며 암세포 생존 및 암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자가포식 표적 항암치료 전략 개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 테스트베드부터 영화제까지···대전시, 과학수도 역할 톡톡
대전시 자체도 새로운 미래 발전의 중심지이자 테스트베드로의 역할도 수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방청이 함께 추진하는 정밀위치측정 기술은 대전 지역 소방 현장에서 최초로 현장 실증을 진행한다. 정밀위치측정 기술은 도시가 발전하며 초고층 건물과 대형 복합시설이 증가하고 있어 재난상황 발생 시 구조대상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기지국 기반 위치정보나 GPS 정보는 실내공간에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지국,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압정보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수평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건물 내 높이 정보까지 확인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오차 역시 기존 30m 수준에서 15m 수준까지 줄였다. 또한 이번 실증과 함께 오는 2027년 말까지 5G 기지국 거리·방향 정보와 다양한 위성항법시스템(GNSS) 정보를 결합한 고정밀 복합측위 기술을 개발해 오차를 10m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구개발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고, 대전소방본부와 소방 구조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전이 현장 실증 지역으로 선정됐다.
대전시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추진하는 ‘창업도시 프로젝트’의 우선 대상지로도 선정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창업생태계 격차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국가 핵심사업이다. 이번 우선 대상지로는 4대 과학기술원이 위치한 대전과 대구, 광주, 울산이 선정되었다. 이번 선정 및 협약에 따라 참여기관들은 오는 2030년 12월까지 창업·기술인재 발굴과 육성, 우수 창업기업 지역 유치, 기술개발 및 사업화·벤처투자 지원, 지속 가능한 지역 창업생태계 조성 등에 협력하게 된다. 대전시는 4개 창업도시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국비 168억 9천만원을 확보했으며, 시비를 포함해 총 171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역 및 이전 창업기업 74개 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과 문화의 만남도 관심을 끈다. 대전영화협회 씬영사이(#042)는 오는 7월 25일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제1회 대전국제AI영화제’를 개최한다. 행사의 이름처럼 이번 영화제에선 영상 및 이미지 생성, 애니메이션, 음성 합성, 음악 제작 등에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임에도 한국과 중국, 미국, 스페인, 인도, 대만 등 전 세계 42개국에서 총 411편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심사를 통해 8개국 38편의 영화가 공식 상영작으로 확정됐다. 특히 영화적 완성도를 기본으로 심사를 진행했기에 단순히 화려한 AI 기술이 나열된 영화가 아닌,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